불안하고 아름다운 모녀의 성장통,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니 앤 조지아(Ginny & Georgia, 2021)"

김민주 · 잔재주만 많아 괴로운 사람/ 영어강사
2023/01/09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내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항상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는 내가 먹고 싶은 건 다 만드는 마법사와 같은 요리사였다. 엄마는 내가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느티나무 같은 존재였고,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나누고 싶은 첫 번째 사람이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감정도 사춘기를 지나면서 차츰 소멸되어갔다. 엄마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내가 변한 건지 엄마의 흠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뭐든 다 알고, 뭐든 다 잘하고 완벽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가 어려서 잘 몰랐던 거였다. 내 눈에 뭔가 씌었던 거였다.


 엄마를 향한 나의 사랑이 사춘기 이전에는 100점 만점이었다면, 사춘기 때는 거의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나는 엄마가 하는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의 잔소리, 충고, 심지어 엄마의 다정한 손길과 편지, 메모, 따뜻한 한마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것과 상관없이 엄마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그저 스트레스 요인에 불과했다. 모든 게 참견처럼 느껴졌다. 나라면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될 거야. 나는 참견하지 않을 거야. 나는 잔소리하지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엄마를 부정해 내며 '내'가 누군지 찾아가는 듯도 했다.


 사춘기가 지나고, 엄마에게 큰 교통사고가 났다. 엄마는 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오전에는 0교시 때문에 정말 일찍 집을 나서야 했고, 저녁에는 밤 10시까지 의무적으로 자율학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별로 집에 있을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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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쉽게 좋아하고 쉽게 질리지만 읽기, 일기쓰기, 피아노 치기, 영어는 오랜 시간 나의 단짝이었다. 책을 빨리 읽고 피아노 초견이 좋다. 편지 쓰기를 좋아한다. 고집이 세고 많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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