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 고혹, 미혹.. 나도 모르던 모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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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ist96 · 호기심 많은 기후생태활동가이자 한의사
2023/02/10
'가르치면서 배운다'(Teaching is learning), '가르침으로써 배우기'(Learning by teaching)이란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을 가르쳐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가르치면서 애매하게 알았던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렇게 가르쳐본 내용은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때보다 능동적으로 출력, 재생할 때 기억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학생들이 아니라 바로 나.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뜻을 대충 알고 쓰던 단어를 다시 찾아보면서 몰랐던 어원을 알고 놀라는 일이 많다. 얼마 전, 한국어가 고급 수준인 한 학생에게 한국 속담과 관용구를 따로 가르치던 중이었다. (이 학생은 첫 수업 시간에 유창하게 자기 소개를 하길래 '한국어를 아주 잘하네요!'라고 칭찬했더니 '에이, 선생님!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라고 답해 나를 경악시켰다.)
   
"아주 바쁠 때 '눈코 뜰 새 없다'라는 말을 써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처럼 쓰면 돼요. 눈과 코를 뜰 틈도 없이 바쁘다는 뜻이에요."
   
설명을 하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눈과 코를 감을 새도 없이 바쁘다면 또 모를까, 바쁜데 왜 눈을 뜰 수가 없다는 거지? 눈은 그렇다 치고, 코를 어떻게 뜨고 감는다는 거지?
   
눈을 끔벅끔벅 하고 있는 학생을 앞에 두고 5초간 일시정지 자세로 멈춰 있었다. 그리고 학생에게는 다른 문장들을 읽어보라고 하고 그 사이에 바로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역시 다른 뜻이었다. 우리 얼굴의 눈, 코가 아니라, 그물의 눈(mesh)과 코(knot)를 뜬다(knit)는 의미였다. 원래 물살이(생선)을 잡는 중간 중간 찢어진 그물을 손질해야 한다. 그런데 생선떼가 너무 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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