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7
1. 그리스 자동차 여행
우리는 렌트한 자동차를 여행 기간 내내 장난삼아 “스즈키 상”이라고 불렀다. 차종이 Suzuki Vitara였기 때문이다. 소형 SUV. 그리스 역시 여느 유럽 나라처럼 일제 차가 강세였다. 에게해 섬 투어를 끝마치고 그리스 본토로 들어오는 아테네 공항에서 픽업했다. 스즈키 상은 여행 기간 내내 고생을 많이 한 친구였다. 짐을 잔뜩 싣고 수백km를 달렸다. 마지막으로 반납할 즈음에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외국에서 운전은 난생처음이었다.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을 때만 해도 언젠가는 이 면허증이 필요할 날이 있을까 싶었는데. 운전은 그래도 자신하는 편이었지만 워낙 겁이 많은 게 문제였다. 낯선 나라에서 처음 타는 차로 도로를 주행하니, 긴장되어 핸들만 꽉 붙잡고 있었다. 여행 초반에는 아내가 무엇을 물어도 대답조차 못 하고 전방주시만 했다.
그래도 곧 익숙해지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도로는 뻥 뚫려있었다. 워낙 차가 많지 않았다. 서울에서 복닥복닥한 도로에서만 있다 보니, 그리스에서는 곧 운전이 신이 났다. 바다를 한쪽에 끼고 고속도로를, 골짜기 사이사이로 시골길을 달렸다.
“어, 저기 거북이다.”
아내의 말에 쳐다보니 웬 작은 바위만 한 육지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리스 도로는 자연에 가까이 있어 정말 온갖 동물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개, 소, 말, 양. 그런데 거북이는 정말 그들 중에도 압권이었다.
서른 살이 되어도 신기한 광경을 결국 못 참았다. 잠시 차를 길가에 세워서 구경했다. 생각해보니 그리스는 이솝 우화의 땅이기도 하다. 저런 육지 거북이가 도끼와 달리기 경주를 했다던 그 거북이 종류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거북이는 우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엉금엉금- 기 숲으로 사라졌다.
아테네에서 출발해 메가라를 지나 코린토스 운하를 왼쪽에 끼고 한 두 시간 만에 숙소가 있는 루트라키(Λουτράκι)에 도착했다. 그 아름다움에...
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