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그리스 신혼여행기> 1. 결혼에 대하여 (미코노스)

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3/11/04

  1. 신혼여행
결혼을 생각하면 떠오르 것은 아테네에서 만난 작은 빵집이다. <HARRY’S KITCHEN>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빵집은 신타그마 광장에서 가까운 작고 오래된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작은 문이 가게의 전부고 식탁들을 길가에 내놓고 파이를 판다. 그리스인들에게 파이는 한국인에게 쌀밥과 같은 느낌이다. 어쩌다 하는 외식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평상시 가족들과 먹는 것이 파이다. 그리스어로 빵을 피타라고 하기 때문에 시금치를 넣은 파이를 스파나코피타, 치즈를 넣으면 티로피타, 감자를 넣어 먹으면 파타토피타다. 사진에는 그 피타들을 모두 앞에 깔아놓은 모양을 찍었다. 이러한 다양한 파이 중 그리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시금치를 넣어 만드는 스파나코피타인데, 상상하는 것과 달리 시금치의 풍미가 살아나 빵의 맛이 살아나게 된다. 마치 한국에서 빵에 파나 부추를 넣는 것과 같다고 할까?
Harry's Kichen @촬영
<HARRY’S KITCHEN>라는 이 맛있는 파이 가게는 중년과 노년 사이의 어느 부부가 운영한다. 30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 신선한 치즈를 사오고, 다양한 빵들을 구워 팔고, 가게를 정리하고 치우고, 집에 가서는 다음날 요리할 시금치를 통에 넣고 데친다고 했다. 말 그대로 동업자이자 반려자이다. 그분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늘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누군가와 하루를 준비하고 살아가고 끝마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결혼하기 전 내가 고민했던 문제였다. <HARRY’S KITCHEN> 부부가 같이 살아온 30년이면 내 나이와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앞으로 30년 동안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여행이 끝나고도 가끔 그 부부의 삶을 혼자 상상하곤 한다.

지금 나는 신혼생활 중이다. 결혼을 한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리로 보나 저리로 보나 새신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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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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