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12/28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일들도 있다. 어제 오늘 이 황망한 마음을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자꾸만 잊어버리니까...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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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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