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바보 강산 아재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3/09/26
[성장소설: 바보 강산 아재 / 안순우 作]

“여보! 강둑 아래 혼자 사는 강산 그 사람....
지난밤에 불에 타죽었다카네!....”
새벽 댓바람에 읍내를 다녀오신 아버지가 아직도 3월의 봄바람에 손이 시린지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으면서 상기된 음성으로 말했다. 누워서 가만히 듣고 있던 어머니는 깜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그 사람이 와예?
몇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 동네 상가집에 와서 다시 물지게를 지고 갔는데예!”
“음! 지난밤에 잠자는 방에서 불이 났다카네!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호롱불이 넘어지면서 불이 이불에 옮겨 붙었는데도 모르고 곤히 자다가 결국 봉변을 당했다카네! 쯧쯧! 불쌍한 사람! 타관 땅에 와가지고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근본을 모른다고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았으니.....”
명호는 이불 속에서 잠결에 강산 아재 이야기를 듣고서 마음 한켠에서 슬픔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지난 일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2년전 어느 날,
“야! 물지게 지고 가는 저 아재가 누고?
우리 동네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옷을 입은 것을 보니까 거지 같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은 우물터에서 상갓집으로 부지런히 물지게를 져나르는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쯤 보이고 검정색으로 물들인 군복에 흰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옷은 꾀죄죄하지만 인상은 밝아보였다. 벌써 몇 번째인지 오후 내내 물지게를 지고 상갓집과 우물 사이를 오가고 있다.

아이들은 남자가 물지게를 지고 저 만치 걸어가자 양동이를 향해 밤톨만한 돌멩이를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노래 장단에 입을 모아서 다함께 노래를 부른다.
“거지 새끼야! 거지 새끼야!
뭐 할라꼬 왔노? 뭐 할라꼬 왔노?
밥 얻어먹으러 왔단다. 밥 얻어먹으러 왔단다.
많이 쳐묵우라! 많이 쳐묵우라!”

아이들이 던진 돌이 몇 개는 빗나갔지만 하나가 양동이에 제대로 맞았다. 이내 양동이에서는 어린애 오줌 줄기 마냥 가느다란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이들은 돌이 제대로 맞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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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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