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9/12
   
   
   
눈을 뜨면 모란이 처럼 세수를 하고 산책을 나갑니다. 대단히 심각한 마음도 아니고 상념에 잠겨 발걸음을 옮기거나 하지도 않는 듯합니다. 그저 대기 속의 공기와 서늘함과 다가올 화염의 한낮을 대비해 백신을 맞듯이 걷다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매일 30분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씁니다. 
   
이곳에 들어와 유일하게 내게 남아있는 만족스러운 습관이기도 하며 그 시간은 멈추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전 출판사에 다닐 때 일 년에 한 번 가을 즈음이 되면 나라에서 받는 창작 지원금을 썼다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 시인들은 시집을 만듭니다. 나는 그렇게 찾아 드는 나이 든 시인들을 늙은 여우라고 불렀습니다. 
   
넘겨 받은 원고를 밤늦게 까지 수정하거나 조율합니다. 늙은 여우들은 원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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