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주말 추천시)

방아
방아 · 시나 소설, 읽고 쓰기를 좋아합니다.
2024/08/18
[ 2024.08.18 주말 추천시 ]

다리  /  이희국


섬으로 가는 다리가 놓이고
사람들은 걸어서 바다를 건넜다
어린 시절 그런 대교 같은 선생님은
나의 다리였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시던 부모님
나는 어둑할 때까지 교실에 남아 책을 읽었다

창밖에 눈이 내리던 날
어깨를 감싸는 따뜻한 손,
국어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교무실로, 집으로 데려가주셨다

외진 구석에 피어있던 꽃, 어루만지며
목말까지 태워 주신 사랑은
겨울에서 봄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창밖에는 그날처럼 눈이 내리고
꼬리를 문 차들이 어둠을 밝히며 영종대교를 지나고 있다

바닷물 위에 길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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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까까머리 중딩시절, 홀로 외롭던 나를 사랑스럽게 지켜봐주던 담임이자 그리운, 그 음악 선생님이 제게는 그렇듯,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가 그리워하는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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