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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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

시나 소설, 읽고 쓰기를 좋아합니다.

매일매일의 일상을, 삶의 흔적을 시의 형식을 빌려 끄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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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스포츠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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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보다, 문득

낙엽을 보다, 문득 ♡♡♡ 탱탱하고 윤기 나는 피부에 살랑이는 춤사위로 헛바람 잔뜩 들고 높고 화려한 영예 만끽하던 푸릇함 긴 서사에서 잠시 우쭐대던 한 때였다 시간은 억지스럽지 않아도 도도하고 강물은 밀어내지 않아도 때가 되면 흐르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 본류로부터의 이탈과 멀어져 가는 인연에 눈물 콧물 다 쏟아내고 생기 잃은 마음은 바싹 마르다 여위어 가겠지 부끄러운 과거는 휘파람 같은 작은 핀잔에도 바스락거리며 회한의 몸짓으로 뒤척이겠지 푸르던 잎새는 떨어져도 흙으로 가는 귀향의 낭만 이고 지고 또 다른 생명의 밑거름이 될 터 한 줌도 안 되는 권세를 믿고 세월에 눈 부라리다 역사의 오물이 된, 너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지키고자 했던가 ------------- * 시작 노트 * 들불처럼 일어난 민심 덕에 21세기 이 땅에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망령이 열하루 만에 철퇴를 맞고, 이제 큰 산 하나를 넘어선 기분입니다. 산책길에서 바람에 들썩이는 낙엽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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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길에

동행길에 ♡♡♡ 젖고 가파른 에움길에서도 잡은 손 놓지 않기 힘들면 잠시 어깨 내어주고 어려운 일에 같이 목청껏 소리 내기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시련에도 다른 곳 쳐다보지 않고 이별의 설움 없이 함께 바라보던 길 끝까지 같이 걸을 수 있다면, 가는 길에 우정도 얹고 사랑도 보태서 주름져가는 얼굴 마주 보며 볼맞추고 웃어줄 수 있다면, 그런 친구, 그런 사랑 우리 모두에게 있다면 헛헛함이 어깨 위로 찾아오는 이 시린 겨울에도 춥지는 않을 거야 ------------- * 시작 노트 * 아침저녁으론 볼살이 아리는 날카로운 한기가 품속까지 파고드는, 본격적인 추위가 일상이 된 계절입니다. 이런 겨울날이면 군고구마나 붕어빵, 호빵 같은 따뜻한 군것질거리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시리고 헛헛한 마음을 다 채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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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의 앞뒤

손바닥의 앞뒤 ♡♡♡ 손바닥 뒷하늘은 끝간 데 없고 맑은 하늘에서 바라본 손바닥 뒷세상은 보잘 게 없다 새장 속 앵무새는 단어를 곱씹으며 의미를 솎아내지만 길들여진 사랑의 표현은 무표정이다 타의에 의해 묶인 발목 횃대를 벗어나도 제 세상은 없듯 젤리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말은 질곡의 땅에 안착하지 못한다 주어진 힘은 언제든 거두어지려니 하동거리는 물길의 끝은 우리가 지목하는 그 길에 있을 터다 하늘눈으로 바라본 먹구름 뒤는 가이없이 푸르고 촛불은 저리 높이 타오르는데 손바닥을 제 아무리 펼친 들 배신의 업을 피할 수 있으랴 ------------- * 시작 노트 * 겉과 속이 같지 않은 사람은 복잡다단하게 얽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중과의 약속과 신의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돌변하는 것을 접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르게 다스린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현란한 수사가 맑은 하늘을 가리며 마음을 어지럽히는 날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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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溶解

용해溶解 ♡♡♡ 펄펄 날리는 삭풍한설에 새하얗게 질린 대지 얼어붙고 가을 따라 떠나간 핏줄 못 잊어 헐벗은 나무 까매진 속 드러내고 앞서가는 한기에 몸서리 오는 날 설까치처럼 겨울 햇살이 양지천을 뛰논다 번잡스런 세상 피하고 피해 먼 길 돌아온 길손이 찾는다는 찻집 통창으로 오뉴월 서릿발보다 뜸해진 햇살이 먼 데서 온 친구처럼 마주 앉고 찬 기운에 맺힌 이슬인지 건조해진 눈에 들이부은 안액인지 쌓인 눈 틈으로 녹아 배이며 눈가를 적시는 여린 줄기의 액체 겨울볕 발치에 놓인 양지천이 흐른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친구 곁이라면 복잡한 물리적 원리가 아니어도 지난 청춘에 식어버린 심장이어도 다시 통과하는 빙점의 저편 해넘이가 코앞에 닥치며 나지막이 녹아나는 사람이 있다 사람 속에 있어도 보고픈 사람, 그리운 사람이 있다 -------------- * 시작 노트 * 그리 높지 않아서 잠시 잠깐씩 산행을 하는 사람에겐 안성맞춤인 매봉 오르는 길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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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악욕보다 날 선 칼날

위선, 악욕보다 날 선 칼날* ♡♡♡ 모든 것 내어줄 듯한 미소 밝고 빛나는 얼굴이지만 튼실하지 않은 네 뺨 비바람 몰아치면 쉽게 찢길 듯하다 너는 마치 고집불통의 사과 같아 밝은 조명받으며 무대에 오르지만 가면 뒤는 음흉함으로 가득하고 속마음은 칼바람 부는 도적 같다 앞전에선 위하는 척 위엄 있는 모습인 척 무리 속 우두머리로 빛나겠지만 숨길 수 없는 얇음은 둑물 터지듯 허물어져 내리리라 매일같이 바뀌는 변덕스런 날씨에 갈팡질팡 흔들리는 시절이지만 진실과 정의는 어둠 지나고 새벽이 오면 드러나는 햇살 같은 것 입으로만 자유와 평화를 부르짖는 자 총칼을 들고 정의를 외치는 자 각성하지 않는 이 지상의 불공평함과 교활함을, 악욕보다도 더 날 선 칼날에 합당한 철퇴가 내려지기를...... ------------- * 시작 노트 * 시를 쓸 때는 정치나 종교 등 민감한 사안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 하지만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서 있고, 눈만 뜨면 마주하는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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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저편의 군상, 1인칭

호수 저편의 군상, 1인칭 ♡♡♡ 육중한 허리에 발밑까지 들어찬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산은 호수로 잠겨 들고 호수는 시야를 벗어나지 못한, 티 없는 하늘조차 삼키려 든다 남태평양의 저기압 전선에서 살아남은 물방울들 높아진 남해안 수온에 흡착되어 비린 바닷내를 떨군 증기 속 물방울들 성운으로 오르다 백운계곡에 쏟아내고 빗방울이 영글고 흩어지고 흐르고 쌓여 만들어낸 저 잔잔한 호수 심호흡을 멈추고 내리깐 눈을 들어 바라보는 저편 작디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이룬, 맑은 날의 호수는 무서운 게 없다 한여름의 타들어가는 고통에 메말라가던 가슴을 적시고 흘러내린, 너의 땀방울들이 모여 만든 호수는 지금 어디에 있나 한겨울의 모진 시련에 에이던 살갗을 베고 흘러내린, 너의 핏방울들이 흘려 이룬 호수는 지금 얼마나 너른가 한없이 작아지는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하는 나는 그저 호수의 저편으로 숨어들고...... ------------- * 시작 노트 * 시를 끄적이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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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 고림보

골뱅이 고림보* ♡♡♡ 일어나! 나팔 소리 알람 알림에 도돌이 일상이 시작되는, 목구멍을 포도청이라 부르던 아침 이제는 기상을 알리는 소리도 없는데 홀로 눈 뜨고 밥 먹고 홀로 일하고 노는 건깡깡이가 되었다 깨워주는 사람 깨워야 할 알람소리 깨어야 할 일이 없다는 건 존재하는 삶이 아닌, 그저 청맹과니나 부재와 다를 바 없는 존재 보고자 하는 것을 보기 위해 눈을 떠야만 하는, 알림 소리 하나를 존재와 부재의 사이에 두고 나는 무엇을 건너온 것일까? ------------- * 시작 노트 * 이제는 과거의 시제로 얘기해야 하지만, 새벽 네시만 되면 눈이 떠지거나 눈을 떠야만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앞으로만 내달리던 시절에 무심히 또는 아무것도 모른 채 흘려보내고 잃어버렸던 것들...... 이제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습관이 어느새 관성이 되어버린 현실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 세상 물정에 어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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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의 시간

후회의 시간 ♡♡♡ 흐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찬 밥보다 추억을 먹을 때가 더 많다 지나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랑보다 못남의 후횟거리가 더 길다 후회할 때 망상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지만 후회도 추억거리에 집어넣으며 부질없는 몸부림일지라도 광대 몸짓으로 웃어넘길 때가 많아진다 부끄럼은 요란스럽게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고 질퍽한 진눈깨비 뒤에 찾아온 묵직한 첫눈처럼 후회의 시간은 아랫목을 뒤적이는 갈구의 몸짓 속에서 질퍽거리고...... ------------- * 시작 노트 * 묵직한 습설이 어두운 하늘에서 쉼 없이 쏟아져 내리더니 금세 순백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늘 지나는 산책길의 전나무 가지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 잔해를 남기고, 질퍽해진 보행로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 되어 걸음걸이는 마치 뒤뚱거리는 삶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 소복한 세상에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편린이라도 떠오를 법하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 엉뚱한 후횟거리만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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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길을 보다

길을 가다 길을 보다 ♡♡♡ 모두에게 열려진 길 서로에게 내밀던 길 운명인 듯 피하지 못한 길이었다 주어진 길을 가다 우연인 듯 만난 길 어쩌다 발길 들여놓은 길이었다 길을 가다 보이는 길은 어찌나 많던지 우연히 보게된 그 길들 가보지 못했으니 톺아볼* 수가 없어 또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가시밭에 함정에 질고도 험한 길 어쩌다 들여놓은 발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되돌아갈 수도 없는, 내가 선택한 길이다 ------------- * 시작 노트 * 숲길이나 둘레길을 걷다 보면 여럿의 갈래길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길이 좋을까 저 길이 좋을까 잠시 고민을 하지만, 깊은 생각 없이 선택하는 길은 대부분 시야에 들어오는 국한된 풍경이 멋져 보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걷기에 좋은 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는 경우가 있어도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되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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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계절

상실의 계절 ♡♡♡ 푸르던 나무의 청춘이 떠나며 미련처럼 흩어지는 낙엽을 남기고 힘겹게 떠나보냈던 것들이 다시 돌아온다 지워 버리지 못했다 후회할 수 있다며 하얗게 떠나갔다며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마음이 신경처럼 이어지지 않으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잠시 잠깐씩 다녀가며 욕심부리는 건 그저 허울인 것을 떠나버려 빈 공간을 굳이 채우지 않아도 꽉 차는 헛헛함을 여백처럼 스스로 비워내지 못하면 기다려야 한다 연보라 수수꽃다리에 현혹된 첫사랑의 향기를 지워내고 잃어버린 꽃잎을 마음에서 지우듯 잃어버린 사랑은 기꺼이 보내야 한다 아름다운 사랑을, 현실을 뿌리치고 떠나가는 이 상실의 계절에는...... ------------- * 시작 노트 * 라일락 꽃향기 짙게 묻어나던 그 봄날 저녁이 문제였을까요? 연보라 리라꽃이 흔들거리며 속삭이던 첫 밀어가 시작이었을까요? 달콤한 유혹에 빠져든 봄과 한없이 푸른 청춘 같던 여름이 떠나고,  아름다운 이 가을마저 찬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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