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형
송선형 인증된 계정 · 가론. 삼남매 엄마이자 사업가
2023/03/21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학폭위 기록이 졸업 후 삭제되는 것에 대해 거품 물고 비난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성년자끼리 발생하는 폭력의 원인은 보호자에게 있다고 이전 글들에서 꾸준히 언급했다시피, 일단 잘못은 어른에게 있다는 걸 확실히 해 둬야 근본적인 예방이 가능합니다.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는 경각심이 학교폭력을 줄인다고 여전히 믿습니다.

가해자 엄벌주의에만 빠지면 개선은 요원합니다. 오히려 가해자 부모들이 더 지저분하게 싸우겠죠.
피해자를 위해서도 가해자 엄벌주의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요.
살다 보니 제 아이가 학폭위 가해자가 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가정교육을 못해서? 그건 절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제 아이는 8개월 동안 당하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감내했어요.
보다못한 친구들이 "너는 왜 당하기만 하냐. 가만 있으니까 쟤가 계속 저러는 거 아니냐. 가만 있지만 말고 똑같이 해 줘라"라고 적극 지원사격을 하였고, 용기를 내서 '어쩌라고 어좁아'라는 대꾸를 했습니다.
상대방이 계속 신체부위를 거론하며 헐뜯어서 쌓인 스트레스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돌려준 거죠.
(물론 제가 진작 알았으면, 당연히 그렇게 하지 말고 다른 방법이 나을 거라 권했을 겁니다만, 저항 없이 당하기만 하라는 교육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로서는 제 아이는 많이 참고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인정해줬어요. 그게 사실이었고요.)

그런데 그걸 상대방이 트집잡아  1호 처분이 나온 겁니다.


바로 이전 글에서는 맞학폭위 관련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요.
이 글에서는 제목대로 '기록은 언젠간 지워지는 게 맞다'는 주장을 합니다.
원래도 오랜 세월 그렇게 생각했는데, 저희 애가 당해보니 더더욱 그렇네요.


저는 학폭위가 굴러가는 프로세스를 직접 겪고 나니, 불합리하다 여겨지는 부분도 물론 없지 않지만,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제 아이가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그렇게 결정한 심의위원들을 이해합니다.
(물론 상대방한테는 솜방망이고 저희한테 이랬다면....지금처럼 평온하진 못할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희와 같은 맞학폭위 상황으로 만약 학폭위 기록이 영원히 남는다면?

무척 억울해집니다.
말 한마디 한 걸로 평생 기록에 남아야 하나요?
피해자는 8개월동안 괴롭힘을 당해도 일언반구 없이 당하기만 해야 한다는 겁니까?
게다가 물리적 폭력을 쓴 것도 아니고, 육두문자도 아닌 발언만 했을 뿐인데도요.

이런 억울한 케이스가 저희만 있을까요. 전국에 수백 수천 건 있을 것 같습니다.
학폭위 제도 자체가, 일반 민사소송과는 다릅니다.
그냥 각각이 가/피해자고, 별건의 사건입니다.
서로 따져서 플러스 마이너스, 그건 학내 자치위원회까지만이라고, 먼저 쓴 글(위 링크)에서 설명드렸습니다.

상식적으로 따져보아도 학폭위 기록은 지워지는 게 맞습니다. 어차피 판결문도 아니잖아요.
미성년자의 잘못이고, 대법원 판결도 아닌데, 왜 평생 주홍글씨로 남기나요.
거듭 말하지만,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보호자(부모)의 잘못인 겁니다.
아이에게 낙인 찍을 필요 없습니다. 예방에도 도움되지 않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학폭위에서 민사소송이 당연한 문화가 되고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가해자들의 학폭위 기록은 지워져도 괜찮겠지만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가능한 엄청난 배상금을 주도록 법개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부모들이 돈 나가는 거 무서워서라도 애들 교육 잘 시켜서 학교에 내보내도록 하는 게, 오히려 예방에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사형제나 징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는 꾸준히 쌓이고 있습니다.
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본인이 하는 일이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없는 사이코패스가 많으며,
설령 죄인걸 알더라도 본인은 걸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행합니다.
학교 폭력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가 단단히 교육을 시키고 아니고의 차이는 극명히 드러나고요.
(거듭 말하지만 타고난 성정이 병적인 범죄자급, 소시오패스라면 부모가 어찌할 수도 없고 전문가가 개입해야 할 일이므로 제 글의 주장과는 논외입니다)
부모의 가정 교육에 대한 의무감을 높이는 건, 결국 돈이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그렇죠.

피해자분들도 학폭위 결과만 바라보지 마시고, 법원 무료법률상담 같은 걸 적극 활용하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학폭위 결과만으로 벌벌 떠는 가해자들 어차피 거의 없습니다.
배상 받는 것에 거부감 가지지 마시고 전문가 상담 먼저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거라서 제가 일반화는 못하고 여기까지만 제안합니다.)

다시 저희 얘기로 돌아와서...
저는 1호만 나왔고, 그나마 졸업 후에 삭제된다는 거 아니까 마음은 평온했었어요.
만약 영원히 기록이 남는다고 하면 저는 당연히 부모로서 끝까지 싸울 겁니다. 명예훼손 트집 감수하고 상대방 신상 공개하고 끝까지 갈 수도 있는 겁니다. 기록 안 남으니까 이 정도 공익성 글 올리는 정도로 그치는 거고요.

맞학폭위 걸면 상대방도 처분 걸릴 게 두려워서 적당히 타협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가해자 무리도 없진 않을 거예요.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학폭위 기록이 지워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거리낄 것 없었고 끝까지 가해자의 잘못을 주장할 수 있었어요.
엄연히 상대방이 먼저, 훨씬 더 큰 잘못을, 8개월 지속했는데, 반격 조금 했다고 깨갱하겠습니까.

이 또한 학폭위 기록이 지워지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학폭위 기록은 지워집니다.
그래서 희희낙락한 가해자를 보면 짜증날 수도 있죠.
하지만 맞학폭위 걸린 피해자로서는 다행인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정순신 아들은 대법원까지 갔는데요.
판결문이야말로 당사자들이 죽어도 영원히 남습니다.
아들 셀프디스를 저렇게 희한하게 했나 싶기도 하죠.

이처럼, 정말로 가해자에게 낙인 찍을 방법이 없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이 평생 지은 죄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잘못을 했다면, 진짜로 기록이 오래 가는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물론 대다수 피해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리라는 건 인정합니다.
저도 다른 아이 케이스에서 '차라리 빨리 잊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덮어준 사건이 있었는데요.
지나고 나서 아이나 저나 모두 후회합니다.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만, 피해자를 보듬고 도와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팽배하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중요한 건 학폭위가 아닙니다. 가정교육입니다.
제가 모든 글에서 주야장천 강조하는 네 글자입니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한 부모들을 벌주는 방법에 집중하고
피해자의 아픔과 치유방법에 대해 집중하자고요.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가 '벌을 받고 기록이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치유되겠다!' 싶다면
학폭위는 어차피 약합니다.
그보다 더 우위에 있고 강제력이 있고 영원히 기록에 남는 절차가 없지 않아요.
그걸 잊지 맙시다.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
22
팔로워 65
팔로잉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