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시체 관람'은 교양이 없다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5/27
 '명당 좌석은 중앙'

잘못된 통념이다. 스크린 크기, 앉은키, 시야각 등 변수가 많다. 다른 관객도 있다. 주변 사람이 '관크'라면 상황이 다르다. 중앙엔 사람이 몰려 위험할 확률이 높은데, 그에 비해 맨 앞 입구 반대편 자리는 방해가 없다. 그렇다면 어디가 명당인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방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다가 봉변을 당해서다. 2시간 19분 내내 훌쩍댄다니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나? 우아하게 즐길 줄 모르나? 심지어 이건 코미디 영화인데.

방금 만든 멀티버스다. 2022년 당시 나는 이 영화를 외면했다. '병맛' 포스터와 따듯한 제목에서 '홍대병' 진한 사랑 영화를 직감했다. 영화를 고르는 안목은 의외로 정확하고, 나는 그런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다만 바이럴(?)이 많아 기피했다. 내 지적 허영과 홍대병은 수준이 다르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방구석에서 태블릿으로 봤다. 끝까지 정신을 못 차렸다. 장면에 꽂힐 때마다 울었고, 객관적 감상이 무너졌다. 크레딧을 바라보며 다른 우주를 상상했다. 오열하는 관객은 다른 우주의 나다.
워터홀컴퍼니(주)
내가 중시하는 맥락은 영화와 내가 만나는 지점이다. 객관적인 스토리나 연출은 뒷전이다. 영화의 어떤 장면이 명장면인 이유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명장면인 이유가 우선이다. 디아스포라, 동성애, 이상한 가족주의, 분석적 니힐리즘, 찌질하고 사소한 유머와 사랑 등,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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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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