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과 빈 가게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5/20
마을버스가 서는 정류장 맞은 편엔 맛집이 있다. 한우소고기집 00이다. 처음부터 맛집이었던 건 아니다. 십여 년 전, 이동네로 처음 이사 올 때 그곳은 불판 돼지고기집이었다. 그러다 신*치킨집으로 바뀌고 문 앞엔 유명가수가 서 있는 입체 광고판이 섰다. 홀에는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들해지더니 코로나까지 합세하다 결국 문을 닫았다.

빈 가게는 낮에도 컴컴하고 침울해보였다. 그 가게 양쪽으로 정육점과 한의원이 있다. 빈 가게는 ‘웬만큼’의 돈이 아니고서는 평수가 넓으니 임대료가 엄청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 생각이었다. 

어느 날, 빈 가게에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트럭이 오가며 내부의 폐자재를 실어 나르고 안팎구석구석 인테리어가 연일 이어졌다. 서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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