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 12 자석에 쇳조각이 붙어 가듯이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1/09
1. 직업으로서 소설가 9장은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라는 장으로, 소설 작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등장인물 캐릭터를 설정하는 법, 이름 짓는 법, 소설을 1인칭으로 쓰는지 3인칭으로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라, 어쩌면 소설 작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훌쩍 넘어가지는 장이긴 하다. 나 역시 에세이를 쓰는 건 좋아하지만 소설은 잘 읽지도 않고, 쓸 생각이 (아직은) 없기 때문에 다른 장보다 느슨하게 읽었던 기억이다.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은 하루키가 자신은 소설을 '퐁퐁 샘솟듯 쓴다'라고 말해왔는데, 그것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써놓은 부분과 하루키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소설을 쓸 때 '퐁퐁 샘솟는다'는 이야기를 넘어, '받아 적는다'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매우 귀여운 발상 하나를 이야기해 주는데 바로 '오토매틱 난쟁이'라는 개념이다.

소설 등장인물을 만들 때 실제의 누군가를 상정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석이 쇳조각을 붙여가는 것처럼' 하나하나의 설정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인물을 만들 게 되는데, 그 공정을 '오토매틱 난쟁이'가 해준다는 이야기다.

그런 자동적인 작용에 나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오토매틱 난쟁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는 대체로 매뉴얼 기어 차를 줄곧 탔었지만 맨 처음 오토매틱 기어 차를 운전했을 때는 ‘이 기어박스 안에는 분명 난쟁이 몇 명이 살고 있고 그들이 서로 분담해 기어를 조작하는 게 틀림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난쟁이들이 “아, 남을 위해 이렇게 아득바득 일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 오늘은 좀 쉬자” 하고 파업을 일으켜 차가 고속도로 위에서 갑자기 멈추는 거 아닌가 하는 어렴풋한 공포감도 느꼈습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면 다들 웃겠지만, 뭐 아무튼 ‘캐릭터 만들기’ 작업에서는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무의식 속의 ‘오토매틱 난쟁이’들이 아직까지는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여전히 아득바득 일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기를 키우는 사람들이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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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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