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속초*] 책 소개는 핑계일 뿐, 사실은 소설(feat. 제목: 복동 설화)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1/22
김영건. 19년. <속초>.
38선으로 백두산 정기가 끊어진 한반도 땅에 큰 전쟁이 벌어진다. 3년 전쟁을 여기에 다 풀 생각은 없다. 다만, 속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950년 당시만 해도 속초는 소련 군정 치하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고 전세에 따라 속초는 여러 번 주인이 바뀌는데 결국 대한민국에 귀속된 것이다. 속초엔 수복탑*이 있다. 동명항* 난전 건너편에 위치하며 탑 위엔 모자상*이 있다. 어미의 손을 꼭잡은 아이는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킨다. 그리움이 가득한 모자의 표정이다.

복동은 황해도 출신으로 인민중학교 3학년 재학 당시 인민군으로 강제 징병된다. 낙동강 전투에도 참여한다. 이때 수많은 고향 선배의 죽음을 목전에서 지켜보며 전쟁에 염증을 느낀다. 복동이 속한 부대는 퇴각할 때 속초를 지난다. 안개가 짙은 날이고 주변은 갈대습지다. 갈대습지 너머로 큰 호수가 보이는데 바로 청초호*다. 복동은 그 즈음에 부대를 이탈한다.

청초호 나루터 무너진 잔교에 돛이 떨어져나간 창이배가 묶여 있다. 살짝 기울어진 채이지만 물이 새지 않아 노를 저으면 건널 만하다. 서북 방향으로 가면 고향으로 난 길에 이를 수 있다. 그렇게 노를 젓고 물살을 가르며 창천호의 안개를 헤쳐나간다. 그런데 노에 묵직한 부유물이 자주 걸린다. 하나둘이 아니다. 시체들이다. 흘러가는 방향을 보니 부월리* 즈음에서 떠내려온 듯하다. 복동은 새어나오는 비명을 꾹 참는다. 노로 시체를 걷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호수를 건너 교동이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개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럽다. 서쪽을 바라보니 울산바위 실루엣이 달빛에 반짝인다. 우리산 내지는 울타리 산이어서 또는 울산의 바위라서 그렇게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어느 서점. 한쪽이 떨어져 기울어진 간판엔 동아서점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다. 한바탕 풍파가 지나간 탓에 묵은 책들이 건물 안 좁은 공간에 너부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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