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10월의 마지막은 할로윈 파티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21
얼결에 마법 학교 학생이 되었습니다?
각양각색의 할로윈 마당들 :)
10월의 마지막 이벤트는 할로윈이었다. 한국에서는 할로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리나라 명절도 안 챙기는데 남의 나라 명절까지 뭐, 하는 마음이었고 남들이 좋아라 즐기는 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이 생물학적 가족 간의 갈등과 다툼, 가부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의식으로 외면당하는 데 반해 할로윈은 아무런 의무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할로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 기사 비스무레한 걸 읽고는 그것 참 잘 됐네, 생각한 적이 있는 정도. 

미국에 와서도 별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였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사람들이 집 마당을 정성스레 꾸미는 덕분이었다. 솔트레이크시티에 도착했을 때도(9월인데!) 벌써 할로윈 장식을 해둔 집들이 많아서 신기했는데 할로윈이 다가오니 장식은 더 많고 화려해졌다. 

덕분에 마당 구경하며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소박하게 잭 오 랜턴 서너 개 가져다 놓은 집부터 공동묘지마냥 묘비를 죽 늘어놓은 집, 해골과 마녀들, 만화스러운 모양의 유령 풍선으로 마당을 가득 채운 집, 3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해골 모형(심지어 움직이는!)에 사람보다 큰 거미 인형을 나무 위에 올려놓은 집까지.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담뿍 드러나는 마당들이 재미있었고 이렇게까지 진심이라니,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할로윈이 되면 동네 산책이라도 해볼까 하던 차에 솔뫼의 친구 치읓상이 레드 뷰트 식물원Red Butte Garden의 할로윈 행사 티켓을 구해 같이 가겠느냐 물었다. 우리야 당연히 슈얼, 오케이, 와이 낫! 

치읓상이 가고 싶었다는 피자집에서 피자와 샐러드를 냠냠 맛있게 먹고는 식물원으로 향했다. 식물원 할로윈 행사의 명칭은 Bootanical at Red Butte Garden. 식물을 뜻하는 단어 botanical에 할로윈에 자주 쓰는 boo라는 단어를 합쳤다. 

boo는 겁을 주거나 놀래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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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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