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회와 불안, 이 모든 것을 회피하지 않으려 쓰는 삶... 아니 에르노, 《밖의 삶》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08
찾아보니 2018년에 미셀 트루니에의 《외면일기》(2002)를 읽었다. 여기서 ‘외면’은 말 그대로 내면의 반대에 위치한다. 아니 에르노의 ‘밖’이 아마도 ‘외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1993년부터 1999년 사이에 쓰인) 《밖의 삶》(2000)의 이전의 기록인 (1985년부터 1992년 사이에 작성된) 《바깥 일기》(1993)도 있다. ‘외면’과 ‘밖’과 ‘바깥’이 사이좋게 기존의 내면의 기록인 ‘일기’에 반기를 들은 셈이다.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은 우리 안에 있지 않다. 그 감각은 밖에서부터, 자라나는 아이들, 떠나가는 이웃들, 늙어 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로부터 온다. 운전 연수 학원 혹은 텔레비전 수리점이 새로이 들어선 자리에 있던 문 닫은 빵집들로부터. 이제는 프랑프리라는 상호 대신 리데르 프라이스라고 불리는 슈퍼마켓의 구석 자리로 옮겨 간 치즈 매장으로부터.” (pp.18~19)
 페이스북의 피드를 살피다 윌리엄 파워스의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인용되었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옮기자면, “이제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가 아니라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에 따라 움직인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자주, 그리고 쉽게 내면을 들여다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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