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머만의 연주로 들은 쇼팽의 ‘장송행진곡’
2024/01/07
죽음의 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나
쇼팽 연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관람하기 위해 지난 5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 다녀왔다. 시작은 쇼팽의 녹턴 2, 5, 16, 18번으로 이어졌다. 언제 누구의 연주로 들어도 좋은 곡들을 짐머만의 연주로 들으니 아, 좋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어서 이날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아노 소나타 2번 ‘장송행진곡’ 연주. 우울함과 슬픔의 정서를 깔고 있지만 격정과 영광과 소용돌이 같은 정서가 마구 뒤섞여 있는 곡이다. 흔히 장례식 때 많이 사용되고 쇼팽 자신의 장례식 때도 이 곡이 사용됐다고 한다. 격정과 우울의 불협화음을 거쳐서 장례의 행진이 있는 3악장이 흐른다. 죽음으로 가는, 아니 죽은 이후에 마지막으로 묘지로 향하는 장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장례의 의식이 끝나고 4악장은 마치 쓸쓸한 묘지 위에 바람이 휙 지나가는 느낌을 주며 곡은 끝난다. 장례 행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