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21
반지의 제왕
 
< 반지의 제왕 > 은 < 도둑맞은 편지 > 의 알레고리‘와 유사하다. 차라리 “ 도둑맞은 반지 ” 라고 해도 근사한 제목이 되었을 것이다. 반지’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서약이다. 편지의 거래 방식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것은 둘만의 매우 은밀한 약호인 셈이어서 제 3자‘가 취득하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은밀한 내용이 담긴 편지’란 은밀한 내용이 담긴 셀카 동영상‘과 같다. 다만 기록 저장 장치’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토록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이 제 3자의 손에 들어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는 이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이 물건의 원 소유자들을 협박해 이득을 취할 것이다. 이렇듯 반지‘는 왕비의 편지’처럼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권력이 이동된다.
 
편지와 반지‘는 한갓 값싼 종이와 한 돈의 금’일 뿐이지만 이 물건을 가진 자는 고스란히 사물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승계 받는다. < 도둑맞은 편지 > 에서 편지를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주체가 바뀌듯이, 반지 또한 지금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주체는 바뀐다. 그러므로 두 서사에 나오는 두 개의 사물은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알레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편지는 곧 반지‘이다. 물건에 깃든 주인의 정령’이라는 주제는 이제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편지’가 왕비‘를 보호하듯이, 제자리로 돌아온 반지’는 공주‘를 보호한다. 같은 이야기’를 두 작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풀어쓴 것이다. 전자에서 탐정 뒤팽이 왕비‘를 위기에서 구했다면, 후자는 소인족인 호빗’이 공주를 위기에서 구했다. 포우는 추리적 요소로 극을 전개시킨 것이고, 톨킨은 판타지‘를 끌어들인 것이다. 전혀 다른 내용 같지만 같은 내용이다. 코드’를 바꾼 것뿐이다. 그렇다면 톨킨은 포우의 작품을 표절한 것일까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826
팔로워 297
팔로잉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