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귀에 반한 재즈1 변함없는 것은 내 마음일까, 당신일까; 여전히 미남이군요

목혜원
목혜원 · 소설가
2024/02/15
Helen Merrill <What's New?>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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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7tINoenCFJ0

서로를 마주한 남자와 여자
우연히 마주친 것인지, 어떤 이유가 있어 약속을 잡고 만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두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 뒤에 만난 것은 분명하다.
많은 경우도 그러하듯 그들은 시절연인이었고 오래 전 어느 날 이별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당신은 그대로라고. 어떻게 지냈길래, 하나도 변함없다고. 미남인 것도 여전하다고.
이어지는 여자의 말에서 두 사람이 오래전 이별한 까닭은 남자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How did the romance come through?
We haven’t met since then.
그 연애는 어찌 되었느냐고, 그 뒤로 우리는 만난 적이 없지 않느냐고 여자는 묻고 말한다.
문맥 상 여기서 그 연애가, 말하고 있는 여자 그리고 마주한 남자 간의 연애는 아닐 것이다.
여자는 두서없는 말들을 좀 더 잇다가, 용기를 낸다. 용기를 낸 것인지 미련 맞은 것인지, 여자는 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 들을 수록 이 고백은 고백이 아니라 독백처럼 들린다. 고백하는 그 소절은 두 번 반복된다. 그래서 더 독백처럼 들린다.
실제로는 끝내 입밖으로 내뱉아질 수 없는, 내뱉아져서는 안 될 가슴 한 켠의 진심이라서 속으로만 한 번 더 되뇌는 것 같다.
무엇보다, 다른 사랑을 찾아서 여자를 과거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둔 채 떠난 남자에게 이런 고백은 가당치 않으니까.
여자에게 변함없는 것은 가슴 한 켠의 마음이고, 그 마음 때문에 여자의 눈에 남자는 여전히 미남으로 보인다.
여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두 번 천천히 되뇌고 마는 것이라고 나는 상상한다.
그리고 말하지 못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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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와 <밀수>등을 제작한 영화사 '외유내강'에 휴먼 멜로 장르의 시나리오를 판매하는 것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2015년 출간된 장편소설 <야간 소풍>과 2020년 출간된 단편소설집 <소설, 부산> 중 '포옹'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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