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에 응급실행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1/25
이미지 출처. pixabay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으니 아직 일어나긴 이른 것 같은데 누군가의 시원한 손이 내 얼굴을 만지는 느낌이 들어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남편이었다. 어느새 갈아입은 건지 당장 출근할 것 같은 옷차림이었다. 

"나,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응?"

베란다로 보이는 밖은 역시나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며 깜깜했다. 밤 시간이 분명한데 갑자기 병원이라니? 안경 없이는 바로 코 앞에 있는 얼굴도 분간 못하니 벽시계는 보기를 포기하고 떠지지 않는 눈으로 손을 더듬더듬 머리맡에 두었던 핸드폰을 찾아 집어 들었다. 

휴대폰 화면을 터치해 보니 4시 45분이었다.

"응??
 어디가 안 좋은데? 낮에 안 좋았던 목?"

"응. 잠을 못 자겠네."

"잠깐만 있어 봐. 나 얼른 준비할게."

"아냐. 자긴 자. 119 불러서 가려고."

"응? 아니야. 내가 데려다줄게."

"애들 학교 가야 하니까 더 자고 애들 준비시켜 줘. 119 불러서 가면 돼. 더 자."


생각해 보니 내가 같이 병원에 따라가면 집에 아이들만 남게 된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갈 준비를 해 줄 사람이 없다. 하지만 아프다는 남편을 병원에 혼자 보내놓고 다시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았다. (친절한 예고가 있을 리 없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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