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 영화 <다가오는 것들>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3/12/21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프랑스 영화,
자유를 찾아가는 중년의 삶을 그리다
 
일상은 소중하지만 지루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반복되는 삶은 재미도 느낌도 없다.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슴 뜨거운 무엇을 찾기 위해서는 종종 일상의 굴레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그냥 그럭저럭 습관처럼 살아가게 된다. 단 한 번 뿐인 삶인데 그렇게 되면 무척 슬픈 일이다.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은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자유를 찾아가는 중년의 삶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홀어머니의 딸로서 바쁘지만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는다. “왜 그걸 말해? 그냥 모르는 척하고 살 순 없었어?”라고 되물으며 그녀는 남편과 별거에 들어간다. “평생 나만 사랑할 줄 알았는데… 내가 등신이었지!”라는 탄식과 함께.
 
어린 아이처럼 관심과 애정을 끊임없이 요구했던, 그래서 나탈리를 힘들게 했던 어머니도 세상을 떠난다. 때마침 출판사는 시대를 못 쫓아온다며 나탈리를 철학총서 집필진에서 뺐다는 통보를 한다. 한꺼번에 들이닥친 상실의 시간이다. 그동안 자기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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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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