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말라깽이가 되고 싶냐
2023/11/15
(딸 아이 스무 살 때의 일이다)
“다 먹었어? 더 먹지 그래?”
먹는 둥 마는 둥 깨작거리다 일어나는 딸아이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국을 들이키던 남편도 너무 조금 먹는 거 아니냐며 걱정했다. 미역 줄기를 볶고 장조림과 계란탕을 끓이는 데 들어간 노동은 그녀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었다.
‘호강에 겨웠네.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이 쌔고 쌨는데. 안 먹으면 저만 손해지. 칫.’
입 밖으로 이런 말을 냈을 리 없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는 후폭풍을 몇 번 겪고 나서 말을 삼가게 되었다.(무슨 사춘기가 이렇게 오래도 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식탁에서 소파로 옮겨 앉아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했다. 설거지하면서 슬쩍 보니 말라깽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다리는 젓가락처럼 가늘고 허리는 한 줌도 되지 않아 사람인지 인형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소녀들이었다. 몸은 말랐는데 가슴은 봉긋하고 엉덩이는 탱글하다. 음악보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는 그녀들의 몸이 더 관심을 끌었다.
“쟤네들은 뭘 먹어서 저렇게 날씬하다니?”
“뭘 먹으면, 날씬할 수가 없지.”
“그래도 뭔가 먹기는 하겠지.”
“공기랑 물.”
딸은 말 시키지 말라는 듯 귀찮아하며 짧게 말했다. 저런 몸매가 될 수만 있다면 공기와 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듯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뭔가 먹기는 하겠지.”
“공기랑 물.”
딸은 말 시키지 말라는 듯 귀찮아하며 짧게 말했다. 저런 몸매가 될 수만 있다면 공기와 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듯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달그닥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소리 나는 쪽을 찾아 주방에 나와 보니 딸이 수납장에서 라면과 과자를 꺼내 쓰다듬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한때 삶의 위안이었던 것들과 강제 이별했으니 얼마나 그리우랴. 위와 창자가 앙탈을 부려 잠을 잘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배고파서 잠이 안 와. 이러다 죽을 거 같아.”
창자들이 요동치는 소리가 한밤중의 고요 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어미 앞에서 죽는다는 소리도 잘도 한다.
창자들이 요동치는 소리가 한밤중의 고요 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어미 앞에서 죽는다는 소리도 잘도 한다.
“죽으면 안 되지. 라면이라도 끓여 줄까?”
“이 한밤중에 독약을 먹으라는 거야?”
배가 고파 잠이 안 ...
철학, 문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축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