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글 도둑질

survivor
survivor · 나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을 것이다.
2023/06/03
초등학교 시절 
글 잘 쓴다는 소리 좀 듣고
대표로 백일장이나 글짓기 대회도 
많이 나갔던 편이었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글 잘 쓴다고 친구들 앞에서 칭찬받고
덕분에 선생님들이 관심 주시는 것도
좋았던 때였다.

5학년 때였나.
글에 관심이 많으시던 선생님이
내 글을 몇 번 게시판에도 붙여주시고
학교 신문에도 내 주시더니
급기야 방학 숙제로 산문집을 만들어 오라고 하셨다.

무슨 무슨 행사 기념 백일장도 아니고
오히려 자유 과제로 산문집을 만들어 오라시니
어린 나이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에 기행문에 독후감에 일기에
나름 모양 갖춰 글을 쓰다보니
글은 내게 즐거운 글짓기가 아닌
억지로 '만들어' 내는 숙제가 돼 버렸다.

방학이 끝나가도록 
한 권 채우기가 힘들었던 내게
글은 어느 덧 빚이 됐고
더 이상 즐거운 취미가 아닌
숙제일 뿐이었다.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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