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상황, 평범한 사랑: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차구마
차구마 · 창작집단 차구마컴퍼니입니다.
2023/10/25
사랑을 다루는 영화는 너무도 많다. 아니 사랑이라는 주제에서 아주 벗어난 영화가 오히려 드물다. 그러나 어쩐지 대놓고 ‘사랑은 이렇게 특별한 거야’라고 말하는 영화를 자주 찾지는 않게 된다. 어떤 이(들)가 사랑에 빠진다, 사랑 속에서 행복을 찾다가 끝끝내 그 행복에 다다를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사랑에 좌절해 이별하거나(새드엔딩) 혹은 사랑이 주는 다른 방식의 특별한 행복을 깨닫는다(해피엔딩). 영화 속 ‘특별한’ 사랑은 대게 이렇듯 특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나는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의 이런 흔한 반복이 낯간지러워 회피하고 말았던 것.

사랑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감정이다. 때론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특수한 인류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다. 다만 누군가의 사랑이 언제나 특별해야 할 이유도 없다. 사랑을 특별한 위치로 격상시킨 후, 그 사랑에 인위적 고통을 가하여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을 우리는 ‘신파’라고 부르며 조롱한다(사실 나는 그런 ‘신파’를 만나면 대체로 눈물을 쏟지만). 특별함에서 벗어난 가장 보통의 사랑. 그런 마음으로 만든다면 사랑을 다룬 영화가 훨씬 사랑스러웠을 텐데, 라는 생각으로 추천 받았던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나의 그 얕은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는 작은 확신과 함께 엔딩 크레딧을 맞이했다.

이누도 잇신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본다.
출처: 네이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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