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8
소중한 사람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고향을 찾아가고 가족들과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회포를 풀 것이다. 새삼스러울 수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봐도 좋을 때인 것 같다.
필자는 2019년 2월에 제법 긴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고는 서둘러 수술을 했다. 위험했던 수술은 잘 되었지만 극심한 후유증들로 인해 8개월 동안 병원에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때 새롭게 깨달은 것이 가족의 소중함이었다. 아프기 이전이라도 가족 중한줄 어디 몰랐을까. 하지만 자신이 혼자서는 버텨내기 힘든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세상에는 가족만한 원군이 없음을 몸으로 알게 된 것은 인생관까지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아내와 딸들은 나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었다. 어떻게든 살려내서 다시 일어서게 만들겠다고 작심한 아내는 매일같이 병원을 오가며, 만신창이가 되었던 내 몸이 아주 천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함께 해주었다. 오랜 투병 생활에 내가 지치기라도 할까봐 멘탈 관리까지 도와주었다.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그 시간에 무엇보다 힘이 되었던 것은 나를 살리려고 애쓰던 가족들의 그런 사랑이었다. 내가 병마를 견뎌내고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나를 살리려고 고생하던 가족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는 눈 덮인 안데스 산맥에 불시착하여 처절한 사투를 벌이다가 구조된 비행기 조종사 기요메의 얘기가 나온다. “내가 살아 있다고 믿는다면, 아내는 내가 걷고 있으리라 생각하겠지. 동료들도 내가 걷고 있으리라 믿을 거야. 그들 모두 날 믿고 있어. 만일 내가 걷지 않는다면, 난 개 같은 놈이 되는 거야.” 그래서 기요메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기 위해 악착같이 계속 걸었다. 자신을 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