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사건,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다
2023/08/01
유명 웹툰 작가로 알려져 있던 주호민씨가 단 3일 만에 공공의 적이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과열된 분노의 여론이 주호민 일가의 삶을 향해 응집되자, 언론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7월 27일 밤, <중앙일보>는 '"주호민 아들, 여아 때리고 속옷 훌러덩"...교사 탄원 글 올라왔다'는 제목의 기사를 메인에 올렸다. 이 기사에는 오늘(1일)까지 3750개의 댓글이 달렸다. 7698명의 공감을 받은 순공감순 1위 댓글은 "선생에게 아동학대로 누명을 씌워서 고소까지 했으니 부모가 악질"이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아시아경제>는 '"주호민 아들, 문제 행동 많았다"...동료 교사 증언 나왔다'는 제목의 기사를 언론사의 1번 기사로 냈다.
아무리 봐도 아직까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설령 주호민씨가 최악의 진상 학부모라고 해도 <중앙일보> 같은 메인스트림 미디어가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인 주씨의 아들 이야기를 메인 기사로 보도해도 되는 걸까? 그리고 수많은 언론이 이 같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괜찮은 걸까? 그날 밤, 밤새 주호민씨 사건 관련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는 하나같이 분노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수천 개에 달하는 공감이 눌렸고, 반대 표시는 수십 건에 불과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그가 어떤 잘못을 했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를 상세히 언급하는 언론의 행위는 너무도 가학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이 사건과 관련된 고민을 이어갔다. 양측의 주장도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이 사건은 정확히 세 가지 측면에서 냉정하게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글을 쓴다.
1. 우선, 이 사건이 공론화된 과정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 사건은 직위해제된 특수교사 A씨가 작성한 경위서에 의해 공론화됐다. 해당 경위서에는 다시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도...
댓글이 정말 보기 싫었지만 삭제된 것은 아쉽습니다.
@이요훈 상식적이지 않은 비난을 하셔서, 얼룩소 측에서 조치를 취한 것 같습니다. 반말을 하면서 지적하니 “꼬우면 니도 반말 하든가 ㅋㅋㅋ”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요. 댓글이 다 지워진 건 아쉽네요.
댓글 대화가 이해 안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댓글판에 @border183 님에 대한 댓글이 가득한데 막상 원댓글을 볼 수가 없으니.... 어떻게 된 걸까요;
@border183
분명 사건의 잘잘못에 대해 개개인은 옳고 그름을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특수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주호민씨를 옹호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특정 개인과 가족이 심판대에 올라 잘잘못의 경중과 상관없이 무한히 해체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 인물이므로 사법의 결과와 상관 없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자살당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이 군중의 권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저 또한 개인적인 판단을 내려보자면 특수교사 입장에서도, 주호민씨의 입장에서도 특정 부분을 옹호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온 군중이 스스로 내린 판단을 토대로 그 사람들과 상황에 대입하여 누군가를 악마화 하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종류의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 조차도 모든 것을 알거나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액션을 취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border183
귀찮으실텐데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건의 잘잘못을 이야기하면 안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연필로 눈 주위를 찔린 적이 있거든요. 이 일이 당연하다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더 안전한 교육의 권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겠죠. 시스템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더 좋을 것 같구요. 그런 목적이라면 공론화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더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주호민의 아이와 그 가족을 지금처럼 여론의 재판대 위에 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엔 김동규님의 원글이 주호민씨와 그 가족을 특별이 옹호한다기보다는 이 부분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서요.
@몬스
저도 댓글이 길어져서 전부는 이해 못했는데, 우선 아래의 부분에서 의견이 다르신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동규) 주호민씨 아들이 피해 여학생에게 한 행동은 '발달장애'를 가진 어린 '초등학생'의 행위로 책임능력이 없다 vs (border183) 어리고,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폭력과 성희롱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border183
대화를 끝내려는 차에 죄송합니다. 오가는 이야기들을 틈틈히 읽다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혹시 이 글에서 어느 부분에 반대하시는 건가요?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주호민의 갑질은 문제지만 아들은 좀....그렇고 특히 둘째 아들도 지금 정서 상태가 좋지 않을 것입니다. 집안이 뒤숭숭할텐데 그 아들은 눈치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있겠죠. 본인의 선택 여부 없이 뭐, 이건 정치인, 기업가, 방송인 등 유명인사 자식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border183 하.. 대한민국의 법률을 근거로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문제제기면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종결했겠죠. 근데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했고, 검찰에서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불구속 구공판이라는, 벌금형 약식기소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를 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별개로 불구속 구공판의 경우 90% 이상이 유죄로 끝납니다. 최소한 혐의점 인정은 확실히 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와 시스템에 기댄 개인에게 이 정도 비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제 주장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저는 충분히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만하고 싶네요. 각자 생각을 말한 거 같고, 인간의 생각은 늘 통일될 순 없는 거니까요. 보시는 분들께서도 각자 판단하실 것이고, 저희도 그렇겠죠.
@border183 이미 말씀을 다 드렸어요. 이 사안은 특수교사의 경위서가 유출된 걸 시발점으로, 주씨가 진행한 법적 절차에 대한 이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어 왔습니다. 제가 쓴 글 읽고 계시긴 한가요?
@border183
분명 사건의 잘잘못에 대해 개개인은 옳고 그름을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특수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주호민씨를 옹호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특정 개인과 가족이 심판대에 올라 잘잘못의 경중과 상관없이 무한히 해체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 인물이므로 사법의 결과와 상관 없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자살당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이 군중의 권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저 또한 개인적인 판단을 내려보자면 특수교사 입장에서도, 주호민씨의 입장에서도 특정 부분을 옹호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온 군중이 스스로 내린 판단을 토대로 그 사람들과 상황에 대입하여 누군가를 악마화 하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종류의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 조차도 모든 것을 알거나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액션을 취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언론에서 현재까지 나온 사실들을 엮어 하나의 진실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사실들에는 맥락과 당사자성이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도의적으로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주호민씨든 교사든) 비난하는 일은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의미 있는 글 감사합니다. 언론이 정말 괴물 같습니다.
공감합니다. 특히 언론의 자극적인 제목 뽑기는 역겨울 정도입니다.
@border183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는 가해의 성격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책임능력은 결코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우리사회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건에 대한 저의 생각은 충분히 글에 담아뒀습니다.
@border183 저는 주호민씨의 아들을 향해 학폭 가해자, 성폭력 가해자 등의 규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임능력이 없는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입니다. 약자라서 이해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일입니다. 그리고 이미 당사자에게도 용서받았던 행위가 전국민을 향해 언론화되고 있는 지금 이 상황, 잘못되지 않았나요?
교사의 행위는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와 별개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그저 자극적으로 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를 비난하는데 집중하는 언론의 행태가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여론도 여기에 부화뇌동하고 있고요.
@border183
귀찮으실텐데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건의 잘잘못을 이야기하면 안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연필로 눈 주위를 찔린 적이 있거든요. 이 일이 당연하다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더 안전한 교육의 권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겠죠. 시스템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더 좋을 것 같구요. 그런 목적이라면 공론화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더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주호민의 아이와 그 가족을 지금처럼 여론의 재판대 위에 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엔 김동규님의 원글이 주호민씨와 그 가족을 특별이 옹호한다기보다는 이 부분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서요.
@ddol82 그건 개인의 선택입니다. 강요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 글에서 쭉 설명한 것처럼 주씨의 행동은 결코 이해 불가능한 성격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발달장애 초등학생을 양육하는 학부모의 입장도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예의 없는 사람이면 대중적 지탄을 받아야 합니까? 지금 그 가족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과도한 비난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잔인하고 가학적입니다. 발달장애 초등학생의 행위를 이런 식으로 공개하는 언론은 예의 문제를 넘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 당연히 적용되고 법에 따라 재판 받으실 거라고 글에도 언급했습니다. 그럼 될 일입니다. 그러나 불구속 구공판의 경우 무죄 선고는 정말 이례적임은 사실입니다. 아, 근데 최근 진행된 여론재판 추이를 보면 무죄 나올 수도 있겠네요.
@JACK alooker 네. 저는 이 부분이 한국사회의 최대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교육현장은 더욱 사법화되어선 안 될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border183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으로 싸울 생각이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까 적은 댓글에서도 나왔다시피 지금 언론에 나온 기사들로 판단을 유보한 건 당사자의 말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처음 나온 이후 사건에 대한 언급한 사람은 주호민 씨 본인, 동료 교사, 학부모 입니다. 가장 큰 당사자인 특수교사의 말은 빠져있습니다. 주호민 씨도 입장문을 발표했을 뿐 사건 전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외부인이 저희가 알기 어려문 면도 있습니다. border183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 사건이 명백해 보일 수 있지만 제가 판단하기로는 아동이 관련된 문제인 만큼 조금만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김동규 님이 말씀하신 책임은 자폐아의 지능에 따라 책임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이 인정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시민들의 언론 검증 능력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언론 종사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울할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