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봐도 잘 만든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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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5
By 김영주 alookso 에디터
※ 이 콘텐츠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지만, 드라마 감상에 방해되지 않을 선에서 작성됐습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평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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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리즈 <정신병동에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를 호평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의료인과 법조인은 의학 드라마나 법조 드라마를 못 본다는 속설과 다르다. <정신아>는 내과 3년 차인 정다은 간호사(박보영 분)가 정신병동 신입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면을 돌아보고 성장하는 휴먼 드라마다. 원작은 동명의 웹툰이다. 원작을 그린 이라하 작가는 실제 정신병동에서 6년간 일한 경험을 살려 정신병동 풍경과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는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용 전문의에게 다른 의학 드라마와 비교해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물었다.

  • “의사-환자 러브스토리가 문제였던 기존 드라마”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 드라마 정말 안 좋아하고 원래 잘 안 본다. 복잡미묘한 심정이다. 의학 분야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드라마 소재로 다뤄주는 건 좋다. 그러나 항상 뻔한 클리셰로 흘러갈 때가 많고 상황들이 입체적이지 않고 단편적이다.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 치료 성공과 실패 이렇게만 나뉘고 비현실적인 부분도 많다. ‘내가 경험한 거랑 너무 다른데?’라는 생각에 시청을 피하게 된다. 많은 동료 의사가 같은 마음일 거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많이 달랐다.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혼수선공> 둘 다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러브스토리여서 실망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내가 전공의 말년이던 때 방영해서 상당히 인기가 많았고, 정신병동 환자들과 같이 본 기억이 있다.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환자와의 연애 금지’ 윤리를 망가뜨려서 아쉬웠다.
2014년 방영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출처: SBS
의사와 환자의 로맨스는 의료 윤리에 어긋난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지침에서 ‘환자의 자유의사가 있는 경우라도 환자와 성적 접촉이나 애정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4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조현병을 앓는 인기 소설가(조인성 분)와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공효진 분)의 로맨스를 다뤘다. 2020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영혼수선공>에서도 정신과 의사(신하균 분)와 경계선 성격장애를 앓는 뮤지컬 배우(정소민 분)가 로맨틱한 관계로 나온다.

정신과 치료의 목적은 환자를 독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의사와의 연애는 더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교주’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영혼수선공>은 로맨스뿐 아니라 정신과 치료 고증이 잘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도 비판 받았다. 극 중 의사가 팟캐스트에서 ‘정신과 약은 중요하지 않다’고도 말하는 장면이 있다. 또한 환자의 망상을 긍정도 부정도 해서는 안 되지만, 극 중 의사는 스스로를 경찰이라고 생각하는 망상 환자에게 ‘진급을 축하한다’며 배지를 선물한다. 모두 의학적으로 부적절한 조처다.

  • “의사·간호사도 불완전한 존재” 김지용 의사
<영혼수선공>은 신하균 씨가 팟캐스트를 하는 정신과 의사 주인공을 연기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그런데 드라마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의사 한 명의 파워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지점이 부담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정신아>는 치료에 실패하는 장면과 의사나 간호사 개개인의 실수도 보여준다. 우리 모두를 불완전한 존재이자 여러 현실 제약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포지션으로 그려줘서 좋았다.

<정신아> 속 의사는 약물 치료와 함께 심리 치료를 이어간다. 우울증과 가상 치매를 겪는 워킹맘에게 감정 자서전을 쓰게 하고, 강박증이 심한 환자에게 좋아하는 것을 찾아 몰두해 보길 권유한다. 다양한 요법을 사용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치료에 실패할 때도 있다. 증상이 호전돼 퇴원을 권유한 환자가 자살하자 드라마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 “어, 저러면 안 되는데”  김지용 의사 
실제로 드라마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예전 전공의 때 조현병 환자의 담당의를 맡은 적이 있다. 3개월 동안 그 환자는 계속 자신의 망상을 믿으며 주장하고 나는 그 망상을 깨야 하는 입장이었다. 3개월 동안 약물도 맞히고 열심히 얘기를 나누면서 그 망상을 열심히 깼다. 실제로 많이 좋아져서 내가 다른 병원으로 갔을 때 외박도 나갔다. 그런데 외박 나가서 자살을 했다.

조현병 환자는 호전될 때 가장 위험하다. 심각한 병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모두 내 망상이었구나’ 깨달으며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망상 환자가 퇴원한다고 할 때 ‘어, 저러면 안 되는데’ 생각하며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결국 우려하던 대로 사고가 났다. 이 드라마는 치료의 실패까지도 온전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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