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살 부부의 비결

배윤성
배윤성 · 에세이집 '결론들은 왜 이럴까'를 냄
2023/11/07
  창문에 비춰드는 아침 햇살에 눈을 뜨자 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나를 꼭 안아주며 입을 맞춘다. 내가 뭉기적거리고 있는 사이, 남편은 침대를 빠져나가 커피를 끓이고 과일을 깎는다. 그는 침대로 와서 일어나기 싫어하는 나를 일으켜 식탁으로 데려가 앉힌다. 

“오늘 우리 뭐할까?”
그의 목소리에 사랑이 묻어난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는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서도 꿀이 뚝뚝 떨어진다. 

“000 영화 보고 블로그에 글 쓸까 해.”
  “나도 그거 보러 가자고 말 하려던 참이었는데. 평점이 높더라구. ”
“영화 보구 나서 드라이브 하는 거 아때? 00 해변에 가서 맨발 걷기도 하구.”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에서 영화관 앱을 켜고 예매를 한다. 나는 그 사이 커피를 홀짝이며 토스트와 과일을 먹으며 아침 햇살처럼 밀려드는 행복감에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영화관을 나와 레스토랑으로 옮겨 앉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세히 얘기해 준다. 해변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얘기한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하도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곧장 영화 리뷰를 쓰고, 그는 내가 쓴 글을 읽고 나서 몇 가지 의견을 보태 준다. 꽉 찬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에 침대에 누웠을 때 그는 팔을 벌려 나를 보듬어 준다. 

여기까지 읽고 실화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상상 속의 한 장면인 걸 알아채지 못하고 빠져들었다면 그도 나와 같은 부류다. 아직도 달달한 로맨스와 사랑이 넘치는 관계를 꿈꾸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아직도 꿈을 꾸냐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상상 회로를 돌린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연애 때의 두근거림이나 설렘을 그대로 간직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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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축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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