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직 바라는 것은 ‘비범’과 ‘창의’ - 김향안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4/13
화가 김환기기 그린 아내 김향안의 초상화. 출처-환기미술관
자유롭게 세상 밖으로 날아간 신여성, 김향안(金鄕岸, 1916~2004) 
   
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보다 더 무모한 존재가 있을까. 앞 뒤 잴 것 없이 상대에게 달려드는 통에 불같은 사랑에 빠진 그들을 흔히 ‘차안대(遮眼帶)를 한 경주마’에 비유하곤 한다. 옆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기 위해 눈가리개를 채운 말처럼, 오로지 사랑만을 향해 돌진하는 그들. 그래서 젊었을 때 사랑은 마음이 달뜨는 황홀경이요, 헤살을 놓을수록 더 애틋해지는 드라마이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 ‘철딱서니’들은 그저 무람없고, 안쓰럽게 보일 터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숙한 어른이 되면,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 시절을 ‘철없던 한때’로 퉁치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한때의 맹목적 사랑이 평생의 시간을 지탱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힘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사랑이 남다르게 처연한 생의 연대기를 써내려가는 출발점이 된 가련한 인생도 있다. 이들에게는 “죽을 만큼 사랑했다”와 “너와 함께라면 죽어도 좋아”라는 말이 그저 비유가 아닌 진짜 살고 죽는 문제로 비화된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1930년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젊은 남녀의 정사(情死) 소식이 신문지상에 소개됐다. 청춘남녀의 ‘죽음을 각오한 사랑’은 누구나 훔쳐보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애달픈 정조를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던 모양이다.
김향안이 변동림이던 학창시절 모습. 출처-환기미술관
   
“우리 같이 죽을까? 아니면 먼 데 갈까?”

무엇에나 빼어난 젊은 천재들 간의 사랑 이야기는 많고 많은 연애담 중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콘텐츠였다. 천재 시인 ‘이상(李箱)’과 이화여전 영문과 출신 신여성 ‘변동림(卞東琳)’의 사랑과 결혼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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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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