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밑줄 긋기- '자기합리화로 버티고 자기객관화로 나아간다' by 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

함혜숙
함혜숙 인증된 계정 · 책 만드는 영상번역가
2024/05/08
유튜브에 밑줄 긋기 : 때로는 유튜브에 길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인 '쇼츠'와 '릴스'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해서 '도파민 중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제는 뭐든지 조금만 지루해도 사람들이 견디지 못한다. 영화나 드라마도 잠깐만 고구마 구간이 나오면 참지 못해서 유튜브 요약본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넷플릭스에서 <더 글로리>가 공개됐을 때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문동은이 나오는 장면은 빨리감기로 건너뛰고 빌런들이 응징당하는 장면만을 골라서 본 사람들이 많았다. 피해자의 서사가 차곡차곡 쌓이다가 절정에서 폭발해야 하는 법인데 이제 사람들은 그 시간을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소위 '사이다' 구간으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장면만 모아서 보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영화든 드라마든 유튜브 요약본 조회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너 그 드라마 봤어?" "응,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봤어." 이제는 이런 대화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 내용도 '챗gpt'에게 요약해 달라고 하면 되고, 채팅방에서 여러 사람이 길게 주고받은 대화도 AI가 핵심만 요약해 주는 시대에 '기승전결'이 있는 긴 영상이나 텍스트를 처음부터 순서대로 차근차근- 보고 읽는다는 게 미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확실히 쇼츠나 릴스를 볼 때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어서 마음의 부담이 없고 오히려 집중이 잘된다. 1분 미만인 짧은 영상으로 재미도 추구할 수 있지만, 1분 뉴스, 1분 과학, 1분 영어, 1분 지식 등 유용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세상의 온갖 잡지식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잠들기 전에 잠깐씩 보는 쇼츠가 사실은 우리 일상에서 몇 시간 이상을 훌쩍 빼앗아 가 버린다. 머릿속에 많은 것들을 담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저장과 공유 기능이 있지만 휘리릭 빠르게 넘기다 보면 스크랩할 정신이 없다. 결국 쇼츠와 릴스로 본 정보들은 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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