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모욕, 팬덤_Girls Never Die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 영상, 방송
2024/05/15
Bgm-트리플에스 Girls Never Die
와 함께 읽어주세요.
https://youtu.be/2tda_TCjz8w?si=aQRSYjRee8EtVu2T

언제나 신기한 산업이었다. K-pop은.
이 분야만큼 소비자가 함부로 다뤄지는 경우가 정말 드물기때문에.


트위터에는 수시로 제보가 뜬다. 공항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기다렸다가 경호원에게 폭행에 가까운 밀침을 당하거나 욕설을 들었던 사례들이. 팬싸인회나 다른 이벤트에 참석했다가 불쾌한 몸수색을 당하고 고객이 아닌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당했던 사건들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SNS에서 돌다가 사그라든다.

다른 산업이었다면 큰 문제가 되고 아주 오래 전에 시정되었을 일들이, 그러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소비자라는 정체성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팬덤을 기다리는 것은 대체로 모욕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돌을 좋아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었던 악의적인 명칭이 있다. 

빠순이 빠돌이들.

팬덤에 대한 이 모욕적인 멸칭의 기원은 한국에 아이돌판이 형성되기 시작했던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멤버들 자체가 모두 10대였던 H.O.T가 등장하고 수많은 10대 팬들이 미디어 산업의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했던 시기. 대체로 이 사랑은 이성을 향하는 경우가 많아서 H.O.T의 주요 팬층은 소녀들이었고 소녀들은 언제나 손쉬운 공격의 대상이었다. 만만하고 유약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여성인데다 어리기까지 한 이들에 대한 멸칭은 정말 순식간에 지어졌다. 아이돌 음악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는 대중문화에 대한 혐오까지 더해져서 음악성도 떨어지는 남자아이들을 따라다니는 그루피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H.O.T팬이었던 내 친구에게 나이든 남자가 너 빠순이잖아라고 시비를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남자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누구도 그가 만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앞에서 대놓고 넌 오타쿠잖아라고 말하지 않았었다는 사실도. 그러니까 그만큼이나 만만했던 거다. 소녀였으니까. 

이 기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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