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만 탱탱해?

배윤성
배윤성 · 에세이집 '결론들은 왜 이럴까'를 냄
2023/10/15
왜 당신만 탱탱해?
   
  나도 한때는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내 나이대로 본다. 조금 있으면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것 같다. 알량한 글을 쓴다고 머리털을 쥐어 뜯어서 인지 머리통에 붙어있는 머리카락 숫자가 반으로 줄었다. 여자 대머리는 별로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어 보인다. 
  검은 머리카락보다 흰머리가 더 많아지고, 이마엔 가로로 선명한 주름살이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다. 다리는 휘청거리고 조금만 걸으면 허리가 뻐근해진다. 나이를 피해갈 수 없는 육체의 한계를 절감하며 비애에 젖는다. 노화의 증상들을 확인하며 살 날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나와 달리 남편은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세월의 흔적이 없다. 50대 중반을 넘도록 염색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새치가 가뭄에 콩 나듯 하니 독한 염색 약을 바르고 벌을 설 필요가 없다. 얼굴은 나보다 더 깨끗하고 탱글탱글하다. 피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남편의 볼따구니를 꼬집어 늘여보지만 피부 장력 때문에 살점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자기는 뭐 먹고 살아서 이렇게 안 늙어?”
   “당신이 주는 거 먹고 살잖아.”
   “나는 이렇게 쭈글쭈글해지는 데 당신은 왜 그렇게 팽팽해?”
   “어딜 가도 10년은 어리게 봐. 헤헤.”
    ”참 좋겠수다. 그게 다 뭐 때문인 거 같아? 

  남편이 동안을 유지하는 게 타고난 유전자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겠거니 하고 물었다. 
  “내가 성격이 좋잖아? 어떤 일이 닥쳐도 느긋하고 긍정적이고 조바심 내지 않고.”
  중간에 끊지 않으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내가 말을 가로챘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 늙었는데?”
  “당신은 매사에 안달복달하잖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걱정은 왜 그리 많은지.”
   내 흉도 중간에 끊지 않으면 영원히 계속될 거 같다. 
  “내가 언제?”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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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축적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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