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50=100

이상희
이상희 · 인류의 진화
2024/01/06
마흔 가까이 되어서 결혼한 다음 나의 삶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 남편은 살던 곳에서 살고, 나 역시 살던 곳에서 살았다. 둘은 약 70마일 떨어진 곳에서 옛날과같이 집과 직장을 오가며 틈틈이 취미생활도 계속했다. 주말은 함께 보냈지만, 하루 이틀 함께한 다음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생활이었으니 결혼 전과 별 다름없었다. 

바라던 아기가 생기고 나는 출산 후 집을 정리하고 남편 집으로 합쳤다. 그리고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변화는 일상의 가사노동, 집안일에서 왔다. 나는 매일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하면서,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개면서 조금씩 불만이 쌓여갔다. 불만은 임계점을 지나서 화가 되었다. 

우리는 맞벌이인데 내가 가사 노동의 90%를 맡아서 하는 느낌이었다. 매일매일 쌓여가던 불만은 어느 날 화로 폭발하였고 남편과 이 문제로 싸우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서로의 삶에 이래라저래라하지 않는 편이라 별로 싸울 일은 없었던 우리가 크게 싸운 몇 안 되는 해프닝이었다.

내가 대부분의 가사를 맡아서 하고 있는데 너는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Zeal Harris 작품 https://www.flickr.com/photos/artsyzeal/1243019702 CC BY-ND 2.0 DEED Attribution-ShareAlike 2.0 Generic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은 자신이 가사노동의 50%를 담당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둘 다 나름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다니! 그럴 리 없잖아? 내가 90% 담당하고 남편이 50% 담당한다면 140%의 가사 노동이 담긴 우리 집은 먼지 하나 없이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화보 같아야 했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진심으로 놀랐다. 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둘 다 궁금해졌다. 같은 현상에 대해 이렇게 다르게 느끼고 있다니.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데이터를 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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