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귀에 반한 재즈10 졸졸대는 피아노 소리; 내 귀는 술잔이니 한잔 따라주오

목혜원
목혜원 · 소설가
2024/06/19
레드 갤런드 <Gone Again> 들어보기

‘Groovy’ 앨범 들어보기

오늘 소개하는 <Gone Again>은 피아니스트 레드 갤런드Red Garland가 이끄는 3중주단 ‘레드 갤런드 트리오’의 곡이다.
어릴 적 레드 갤런드의 피아노 연주를 처음 들었던 것은 라디오에서 그가 사이드 맨으로 참여한, 테너 색서포니스트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앨범 ‘Soultrane’ 중 <I Want to Talk about You>를 들려주었을 때였다. 존 콜트레인의 솔로 연주에 이어 레드 갤런드의 피아노 솔로가 나오는데, 그 소리가 마치 귀하디 귀한 술을 귀이 아끼는 이의 술잔에 정성 들여 졸졸 따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어른이 된 지금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 술맛을 잘 모르는데, 소년 시절의 내가 술맛을 알 리는 없었을 터이지만, 귀한 술 한 잔에 흠뻑 취한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내 귀가 술잔이고 레드 갤런드의 피아노 소리는 거기에 졸졸 따라지는 귀한 술이었다.
그 순간을 이렇게까지 상기할 수 있을 정도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는 분명 레드 갤런드일 것이나, 묘하게도 그렇지는 않다. 존 콜트레인의 <I Want to Talk about You> 외에도 트럼펫터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You are My Everything>, <It never Entered My Mind>, <Round Midnight> 등등 레드 갤런드가 사이드 맨으로 참여한 명곡들에서 그의 연주는 그 어떤 재즈 피아니스트들보다도 훌륭했고 내 혼을 흠뻑 취하게 만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연주한 레드 갤런드 트리오의 곡들은 재즈에 한창 미쳐 있던 10대와 20대 시절 내내 내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
오늘 소개하는 곡 <Gone Again>이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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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와 <밀수>등을 제작한 영화사 '외유내강'에 휴먼 멜로 장르의 시나리오를 판매하는 것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2015년 출간된 장편소설 <야간 소풍>과 2020년 출간된 단편소설집 <소설, 부산> 중 '포옹'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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