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삽을 탔다

김중혁
김중혁 인증된 계정 · 소설가, 계절에 대해 씁니다.
2024/04/05
photo by 김중혁
봄이 되면 삽을 탔다. 은유가 아니다. 군대에 있을 때 실제 삽을 타고 놀았다. 내가 근무했던 철원의 겨울은 모든 것이 정지되는 계절이다. 갑자기 얼어붙는다. 나무들도 숨죽인 채 잠들고, 강의 표면도 동영상 정지 화면처럼 바뀐다. 땅은 금속처럼 변한다. 손을 대보지 않아도 차갑고 단단한 걸 느낄 수 있다. 금속에 삽을 넣을 수는 없다. 겨울에는 삽을 타지 못한다. 삽은 창고에서 잠든다. 봄이 되면 모든 것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풀어지고 녹는다. 땅도 말랑말랑해진다. 땅에다 삽을 넣으면 쑥 들어가는 게 마냥 신기했다. 봄이 되면 삽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겼다. 땅을 파거나 흙을 옮기거나 모래를 섞는 일이었다. 일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스카이 콩콩’처럼 삽을 탔다. 부드러운 땅이 스프링 역할을 하며 삽을 밀어올렸다.

스카이 콩콩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포고 스틱’이라고 부르던데 스카이 콩콩이라는 이름이 훨씬 마음에 든다. 포고 스틱은 대체 뭘 하는 물건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스프링’이라는 단어가 봄을 뜻하면서 ‘튀어오르다’라는 뜻이기도 하듯 스카이 콩콩이라는 이름은 명사이자 동사 같다. 스프링이 달린 막대기에 몸을 싣는다. 이름 그대로 콩, 콩, 스프링 달린 막대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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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문서, Pages, Obsidian, Ulysses, Scrivener 등의 어플을 사용하고 로지텍, 리얼포스, Nuphy 키보드로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듣는데 최근 가장 자주 들었던 음악은 실리카겔, 프롬, 라나 델 레이, 빌 에반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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