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를 맞은 빅테크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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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를 맞은 빅테크 기업들

재벌총수 저커버그, 낙관과 비관 사이

권승준
권승준 인증된 계정 · 운수회사 직원
2022/11/16
위기의 소셜미디어 제국 메타. 지금은 온통 비관론에 시달리고 있지만, 잘 뜯어보면 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출처: AFP/연합뉴스

지난 콘텐츠에서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를 너무 조롱하는 듯한 제목(‘저커버그, 울고 있니?’)을 쓴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필자가 뭐라고 감히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기업의 수장이자 세계 20위의 부자(올해 9월 기준, 9위에서 20위로 밀려남)를 비웃겠는가. 그러던 와중에 메타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만명의 직원을 감축한다는 뉴스까지 들렸다.


관련 콘텐츠: 페이스북의 해고는 충격과 공포다. 트위터는 짜증이고

확실히 어려운 시기다. 그럼에도 신기한 건 메타의 주가다. 11월 초에 저점을 찍은 주가는 11월 14일 현재 30% 넘게 반등했다. 그 사이 있었던 일이라고는 위의 대량 감원 뉴스와 미국 물가상승세가 완연히 꺾였단 소식 정도가 전부였는데 말이다(물론 물가 소식에 미국 주식시장 전체가 독립기념일이라도 된 양 축포를 쏘아올리긴 했다).
불과 2주 사이에 어떤 호재라도 있었던 걸까. 출처: 구글 파이낸스

3분기 실적 발표 후 온통 메타에 관한 부정적 기사가 쏟아졌다. 주가가 폭락한 것도 이 때다. 한바탕 비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다른 각도에서 메타를 바라보는 시각도 나온다.

여기선 두 가지 견해를 소개한다. 기업 금융 및 가치 평가의 대가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와 파이낸셜타임스의 금융시장 전문 뉴스레터 ‘언헤지드’다. 둘 다 낙관도 비관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입장에서 메타는 물론, 기업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접근법에 관해 많은 걸 알려준다.


관련 큐레잇: 메타와 아마존, 둘 중 어디가 거품일까?


꺼진 실적도 다시 보자

메타 주가가 어두운 골짜기를 헤매는 근본적 이유는 결국 실적이다. 기본 중의 기본인 메타의 매출과 영업이익(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제한 것), 그리고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을 보자.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건 3분기 기준으로 직전 12개월 간 영업이익률이 10%p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메타의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졌단 거다.
출처: alookso
메타의 수익이 떨어진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비교적 간단하다. 메타의 비지니스 모델은 디지털광고 플랫폼이다. 광고주들에게 유저들의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를 팔아서 돈을 번다. 이론적으로 메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쓰는 나라라면 어디든 간에 광고를 팔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그런데 지금 거의 전 세계가 불경기에 접어들고 있다. 경기가 어려우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깎는게 광고 예산이다. 메타 같은 기업은 불경기에 특히 약하다.

게다가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메타는 지난 1년 동안 연구개발비로 무려 326억 달러(약 42조원) 가량을 지출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사상최대의 설비투자액(연구개발비가 아니다)을 기록했는데 그게 48조원이었다. 저커버그가 얼마나 메타버스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매출은 정체 상태인데, 투자만 이렇게 늘어나면 당연히 실적은 안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다모다란 교수는 여기서 메타의 실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메타의 회계 장부를 자세히 뜯어보면 실적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연구개발비를 몽땅 영업비용으로 처리하는 관행이다. 여기서부턴 회계에 관한 이론적 지식이 필요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메타같은 IT 기업은 회계장부(정확히는 손익계산서) 상에서 연구개발비는 일부만 비용처리하는게 더 정확한 방법이라는게 다모다란 교수의 주장이다. 회계 용어로 하면 연구개발비는 영업비용이 아니라 자본적지출(즉, 기업의 투자)로 인식하는게 더 타당하단 얘기다.

다모다란 교수의 주장대로 하면 메타의 영업이익률은 10% 가까이 늘어난다. 올해 3분기 기준 지난 12개월 간 영업이익률이 30.1%에서 41.7%로 껑충 뛰게 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지출한 VR글래스와 관련한 각종 영업비용 역시 연구개발비로 인식하면 영업이익률은 다시 한 번 53.5%까지 오른다. 즉, 메타는 이런 불황기에도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라는게 다모다란 교수의 얘기다.

좀 과한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회계 처리를 좀 이상하게 했다고 영업이익률이 20% 가까이 깎인다는게 말이 될까. 물론 다모다란 교수의 주장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의 주장 중 하나일 뿐이다. 테크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영업비용으로 잡는게 완전히 잘못된 회계 처리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나름의 명분이나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기업 가치 평가 분야에서 인정받는 탑티어 전문가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영어라서 접근이 어려워서 그렇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좀 더 단순한 주장을 한다. 이런 복잡한 회계 상 문제 없이도, 그냥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투자만 좀 덜 했어도 메타가 지금처럼 헤매진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단순하게 가정해서 실제 쓴 것보다 절반 정도만 연구개발에 투자했더라면 실적은 물론 주가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의견은 주주와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크게 두 가지 불안을 반영하는 얘기다.

첫째, 메타버스 투자는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저커버그가 믿는 만큼 미래의 먹거리가 되어줄까. 볼확실한 사업에 너무 과감하게 투자하는게 맞는 일일까.
저커버그는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메타버스행 편도열차에 몸을 싣고 가는 중이다. 그 종착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어떤 미래일까. 출처: AFP/연합뉴스

그리고 더 중요한 불안 요소가 있다. 만일 저커버그가 틀리게 생각하고 있다면? 메타버스가 사실은 예정된 부도수표나 다름없는 사업이라면? 그러면 그를 막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의문은 메타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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