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사랑, 그 시작과 환상에 대하여

하늘소풍06
2023/01/13
내 눈앞에 두 갈래의 길이 펼쳐져 있다. 한쪽 길은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무난하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한쪽 길은 사람을 매혹적인 데다가 동행이 되어줄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절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단, 그 절벽은 떨어져도 죽지 않을 만큼의 높이이다. 당신은 어느 길을 택하겠는가? 지금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망설임 없이 몇 번이고 절벽길을 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무엇이 그들을 절벽길로 향하게 하는가?
출처: 다음영화
유럽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 안. 두 청춘남녀가 우연히 눈길을 마주치게 된다. 순전히 시끄럽게 싸우던 중년부부 덕분이었다. 각각 손에 책을 쥐고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던 그들은 그렇게 예고 없이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첫 만남부터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사람들처럼 스스럼없이 대화를 시작한다. 읽고 있던 책에 대한 이야기부터 남몰래 가슴에 품고 있던 얼토당토않던 소망과 분노까지 그들의 대화에는 전혀 막힘이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몰두하다 어느덧 남자의 정착지에 다다랗고, 짧은 만남이 가져다준 커다란 아쉬움에 남자는 여자에게 함께 내리자고 권유한다. 예의 그 얼토당토 않은 논리로. 사전에 아무런 계획도 없던 그들이었지만, 남자의 다음날 아침 비행 편까지 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기꺼이 함께 머물며 피곤함도 지루함도 없이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고, 그대로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다음날 아침 남자와 여자는 기차역에서 헤어지며, 6개월 후 그 자리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만을 나눈 채 그대로 각자의 일상으로 떠나간다. 

그래서, 이 둘은 사랑에 빠진 걸까? 사랑이 시작된 걸까? 

태어나서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 대책 없는 설렘을 느끼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상대의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단조롭고 의미 없던 내 일상에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던 충격만큼의 일대 대전환이 일어나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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