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가진 않았지만, 저도 한때 여행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어떻게든 떠났어요. 가까이, 멀리, 짧게, 그리고 인생 다 걸고 아주 길게.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때 제가 있던 자리가 싫어 그렇게 떠돌았더라고요. 여행이 주는 묘미도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제 자리가 너무 버거웠어요. 누군가의 딸로 사는 게 무척 힘들었거든요 그때.
여행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전 무척 사랑했어요. 그렇게 떠돌다 바람처럼 사라지고 싶기도 했고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시야가 넓어지는 것도 참 좋았고요. 정처없이 종일 걷는 것도 참 사랑했지요.
가끔 현실이 힘들면 그때를 돌아봐요. 그때 그 기억으로 현실을 버틴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아요. 그만큼 제게 그 방랑의 시간은 너무나 값진 것이었어요. 이제 다시는 그런 여행은 떠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동생분이 철없어 보이실 수도 있지만, 좀더 깊은 대화를 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