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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niac · 장르소설 마니아
2022/03/19
아이가 자주 아파서 새벽 응급실을 제집 드나들 듯 다니던 시절에 저는 투신 자살한 조현병 환자의 노모를 뵌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숨이 끊어진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앰블런스를 같이 타고 온 후, 뒤늦게 도착한 경찰이 사정청취를 하는 듯 했습니다. 응급실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였을까요. 방 한칸 수준인 소아 응급 대기실(그날은 조금 한산하긴 했습니다)에서 80은 넘으신 듯한 노모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답하는 바람에 거의 다 들을 수 밖에 없었지요. 환각, 환청이 늘 있었고, 죽는다 죽인다를 했지만 실제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약을 중단한 지 좀 되어서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환자의 누나를 만나러 혼자 둔 채 잠깐 집을 나간 사이 투신. 50대 아들이 이송 중 사망한 것조차 인지를, 혹은 인정을 못해서 "걔가 죽었다고요? 아이고."만 계속 계속 반복하시더군요.


저에게 조현병 환자에 대한 무서움은 늘 있어왔고, 안인득 사건을 본 후 그들의 사회격리에  대한 소망도 솔직히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와 동일하게, 아프고 약한 자 모두를 사회에서 격리한다면 그게 과연 정상의 사회일까요. 유전자를 조작하고, 태어난 아이를 걸러내고, 미래의 범죄자를 예측하여 미리 격리시키는 등의 SF영화가 이상향일까요.


tristan님의 원문 글을 읽고 조현병 환자의 일상생활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다 좋은 기획 기사를 읽어 덧붙입니다.


2019년 4월 17일 안인득이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와 흉기난동으로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지 10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안인득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안인득 사건 이후 ‘조현병 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공포심이 커졌다. 하지만 안인득은 살인자 이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환자였다. 전문가들은 안인득이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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