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3/08/11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 방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학원은 입구 근처도 가본 적이 없었다. 주변의 어른들은 한결같이 말씀하셨다. 이제 중학생이 되니 학원을 꼭 가야만 한다고.    

  나 때도 선행 학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보편화되기는 전이었다. 그럼에도 초등에서 중등으로 올라가는 시기만큼은 미리 학원이라도 다니게 해서 영어, 수학을 먼저 배우도록 하는 것이 나름의 국룰이기는 했다. 당시에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 않을 때이기도 했으니 중학교 가서 수업을 못 따라갈까 봐 내심 학부모들이 불안하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튼 나도 그렇게 해서 학원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게 되었다. 물론, 유명한 입시 전문 학원이 아니라 동네 학원이었다. 몇 군데를 비교하다가 결정한 학원은 나름의 차별점이 있었다. 보통은 영어와 수학만 가르쳐줬는데 그 학원은 국어와 심지어 한문도 가르쳐 준다고 했다.    

  어차피 학원비야 동네 학원들은 거기서 거기인 수준이었기에 당연히 한 과목이라도 더 가르쳐준다는 곳으로 등록했다. 난생처음 가본 학원의 모습은 아기자기 귀여운 느낌이었다. 학교 풍경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아담한 교실, 작은 칠판, 열 명도 안 되는 아이들의 숫자는 신기하고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영어시간이 재미있었다. 알파벳 빼고는 전혀 몰랐던 나였지만 처음 배우는 영어가 무척 흥미로웠다. 써보지 않은 새로운 언어를 배워가다는 것은 뭐랄까 14살 나이였던 내게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배우는 부분이 워낙 쉽기도 했다. 거기에 학원 영어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과 달리 더 친절하기도 했고, 친근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다른 과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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