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참미 · 책방지기 그런데 책보다 빵이 더 좋은
2024/03/29
  책방을 시작하면서 지속적이면서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가 있다. 바로, 여행을 떠날 때면  여행지에 있는 작은 책방 찾아 방문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일로서 접하게 되다 보니 책이 싫어지는 순간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책이라는 존재를, 독서라는 행위를 사랑했던 처음의 마음을 종종 잃어버릴 때면 마음이 주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 책을 낯설게 보는 시간을 갖는다. 다른 도시의 동네 책방이 주는 낯섦과 그 속에 녹아든 주인의 취향을 만끽하는 것, 책방 주인의 추천으로 모르던 작가의 작품을 소개받을 때의 설렘 같은 것들. 여행지에 있는 책방을 방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 

  얼마 전 업무 차 서울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여행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서점 한 곳 정도는 방문하고 싶었다. 서울에는 규모와 종류가 다양한 서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떤 곳으로 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일정이 있던 곳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에 작은 큐레이션 서점이 하나 있었고 덕분에 나는 여행지를 찬찬히 구경하듯 오르막길을 걸어올라 어느 작은 서점에 도착했다. 

  실제 평수는 우리 책방보다 조금 작거나 비슷해 보이는 공간엔 주인이 엄선해놓은 책들이 빼곡했다. 누군가의 취향을 거쳐 놓인 책, 그 이유만으로도 책방에 있는 책은 이미 다른 종류의 무게감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작은 책방의 장점 중 하나는 공간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과의 대화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책이 구매로 이어지는데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책을 접하면서 나와는 완전한 타인인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된다.
  내가 방문한 책방은 자매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골라 든 몇 권의 책들 가운데 책방의 주인은  양귀자의 <모순>을 가리켜 언니와 자신의 인생 책이라고 소개했다. 독서 모임이나 지인을 통해 여러 번 소개를 받았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는데,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책들 중 하나라고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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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를 썼습니다.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 책과 빵과, 커피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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