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이 안되는 짓.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6/18
지나가는 윗집 여자를 불러세웠다.
가까이 살아도 얼굴 볼 일이 거의 없는데 때마침 잘 만났다.

- 알타리무 좀 뽑아가셔요.

애써 땅 고르고 씨 뿌리고 물 줘 가면서 키운 알타리무를 나눠 먹자고 부른건 내가 인심이 후해서가 결코 아니다. 처음 심을 때부터 목적은 무가 아니었다. 그저 잎이나 뜯어 된장국이나 끓여먹을 요량이었다. 열무를 심고 싶었지만 열무는 벌레들이 너무 좋아해 미처 사람이 먹을만치 자라기도 전에 잎을 다 갉아먹고 잎맥만 고스란히 남겨주기에 올핸 아예 열무 대신  알타리를 심었던 것이다.
근데 미처 뜯을 먹을 새도 없이 잎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억세져서 감당이 안될 지경이 되어버렸다.
작물들이 차례로 크질 않고 한꺼번에 와르르 자라나기에 다 먹어 낼 재간이 없다.
얼갈이배추랑 무잎이랑 새끼손가락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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