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토냐 : 악녀 서사 해부하기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0/02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하 동일)

[스포일러 주의]

'사실'과 '진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사실'은 과거나 현재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뜻하고,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말의 왜곡 없이 참된 사실은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진실을 알려달라고 아우성치지만, 잔인한 현실은 우리에게 어떤 진실도 말해주지 않는다. 아니, 진실을 알아도 말할 수 없고,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는 이가 없으며, 그 누구도 진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아이, 토냐>는 미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1994년, 피겨 선수 '낸시 캐리건' 폭행 사주 사건의 내막을 다른 시각에서 재조명한 작품이다. 영화는 가해자로 지목된 '토냐 하딩'이란 인물을 '은반 위의 악녀'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악녀 이미지가 생성된 과정에 주목한다. 각각 사건의 당사자와 공범자들, 그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전달한 후, 도덕적 판단은 관람객에게 넘겨버린다.



"미국인들은 사랑할 사람을 필요로 하고 미워할 사람도 필요로 하죠."


부유층들을 위한 고급 스포츠 종목인 피겨에서 헤비메탈 음악에 맞춰 개성을 뽐낼 만큼 당찬 선수 '토냐 하딩.' 미국인 최초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잠시나마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미국 사회가 원하는 영웅이 아니었다.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며 허구한 날 폭력을 휘두르는 어머니와 때리고 빌기를 반복하는 폭력 남편, 피겨 의상을 마련할 돈이 없어서 직접 옷을 제작해서 입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살림살이까지. 인간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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