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글 쓰는 사람의 통찰과 고뇌

2023/06/28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는 소개를 받고 시작했다. 처음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마주친 건 어딘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한 고래에 대한 글이었다. 직접적인 문장으로 글쓰기를 고찰하는 책이 아니었다. 고래의 글을 끝으로 환생에 대한 글이 시작하니 비로소 여러 단편의 산문을 모아놓은 책임을 알아차렸다. 이렇게 한 단락씩 미끄러지며 차츰차츰 이 책을 파악해갔다.

세 장으로 나뉘어진 책의 구조는 선명했다. 첫 번째, ‘갈망의 글쓰기’에서는 삶과 세상에 대한 글이 실렸는데, 무언가를 믿고 추구하고 갈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두 번째, ‘관찰의 글쓰기’는 타인에 대한 글이다. 어떤 글 작가 또는 사진 작가를 두고 길고 긴 글을 써내려갔다. 세 번째, ‘거주의 글쓰기’는 저자 자신에 대한 글이다. 저자의 부모와 형제, 연인, 자녀가 등장하며, 저자를 둘러싼 삶을 돌아본 글이다. 독서모임에서 이 구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나왔다. 누군가는 3장을 읽고 비로소 이전의 모든 글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면서 3장을 가장 흥미로운 장으로 꼽았고, 누군가는 몰입감 있게 첫 시선을 휘어잡은 1장을, 그리고 나는 저자의 통찰력에 가장 감탄했던 2장을 꼽았다. 우리는 대화 끝에 글의 배치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세 장의 구분은 ‘세상 - 타인 - 나’라는 점차 줄어들어가는 시야를 나타냈고, 긴밀해지는 시선을 보여주는 구조다.


삶의 역설에 대한 통찰

저자는 어떤 현상의 이면을 선명하게 꿰뚫어본다. 그리고 양면적인 세상을 균형적으로 담아낸다. ‘52 블루’라는 고래에 대한 글은 사람들이 외로운 고래에 자신을 투영하고 위로 받는 이야기였으나, 동시에 스스로의 욕망과 집착을 대리하기 위해 투사하는 것뿐이라는 시각을 함께 보여준다.

환생을 믿는 사람들의 글 속에서는 환생이 암시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사실에 주목한다. 환생은 자아가 변화할 수도 지속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현재의 삶 속에서도 가능한 ‘회복’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다는, 삶의 연속성이 품은 가능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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