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5/02
퇴근하고 집에 오셔서 혼자 다슬기 까느라 고생하셨겠습니다. 뭘로 까셨나요? 이쑤시개?

어릴 적, 할머니께서 빨간 고무 다라에 어마어마한 양의 다슬기를 잡아오셔서 다 같이 앉아 알맹이를 쏙쏙 뺐던 기억이 납니다. 이불 꿰매는 기다란 바늘을 하나씩 쥐여 주고 살을 걸어 쏙 빼는 방법도 가르쳐 주셨지요. 쏙쏙 빼서 그릇에 담기보다 입속으로 들어가는 놈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도 부르지 않는 감질이 나는 맛, 짭조름한 맛이 오래전 할머니와의 추억과 짝꿍처럼 떠오릅니다.

그렇게 깐 많은 다슬기는 엄마가 들깨와 토란, 고사리 등 나물을 넣어 아주 뻑뻑한 경상도식 다슬기 국을 끓여주었습니다. 경상도는 '고디국' 이라고 합니다. 가끔 그 맛이 눈물나게 그리울 때가 있어요.

물 맑고, 산 좋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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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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