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 표류하는 곳에 비극이 있다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3/11/11
2021. 루크레시아 마르텔. 자마.
“최근 10년간 최고의 영화 1위”라는 수식어가 달린 영화다. 평론가들의 평점이 높다. 그래서 좀 괴로웠다. 이런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 아직 아니다, 난. 하지만 화려한 평가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떨어지는 집중력에 못 이겨 완주를 못 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관람이 힘들었던 이유는 매력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은 탓이 컸다. 물론, 영화를 본 짬밥이 있으니 잘 만든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 정도는 대충 가늠할 수 있다. 확실히 <자마>는 잘 만든 영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영화의 장점은 참 잘 된 고증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고증이 잘 되었다고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영화의 배경은 제국주의 시대 스페인 식민지 남미의 어느 외딴곳이다. 나로서는 그 시절 그 곳을 알 도리가 없다. 다만,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랄 밖에.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내 말에 동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니까, <자마>는 훌륭한 체험의 장을 선사한다. 하물며 역사적 배경을 아는 이들이라면 감탄해 마지않을 수도 있다. 보태 설명하면, 현대 예술, 특히 영화나 소설에선 정확한 정보가 작품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의상과 소품 따위가 역시 훌륭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비교해 보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고증이 잘 된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까닭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먼 타지로 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사정...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소설도 씁니다.
107
팔로워 88
팔로잉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