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의 역사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3/04

시작은 미약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흔하디 흔한 식으로 치부되었기에 여태껏 큰 문제로 대두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여자 배구계에서 일어난 폭로로 인한 게 발단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흐지부지 무마될 줄 알았으나, 그들은 모자란 대응 방식으로 인해 대중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자기들이 지른 불씨는 본인들의 삶마저 태워버리고 말았다.

표현이 어색할지도 모른다. 피해자의 맘 속에는 자신이 받은 피해의 날로부터 꺼지지 않는 불이 타고 있었을테니까. 큰 복수를 맘 먹고 저질렀다기보단, 못내 터져나온 느낌의 폭로는 정의를 구현하지 않곤 못 배기게끔 불타올랐다. 가해자 쌍둥이는 둘 모두 유망주였다. 이미 성적으로도 상위권이었으나 앞으로 더 창창하게 성장할 일이 남아있던 터였다. 이런저런 징계나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 이후에 놀랍게도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더 큰 죗값을 치르라.’와 ‘그래도 이 정도면 됐지. 너무한 것 아닌가?’하는. 아, 놀랍다는 건 반응이 둘로 나뉜다는 게 놀랍다는 말이다. 둘로 나뉠 반응이 있다는 게.

필자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아니다. 학교폭력의 범주가 ‘물리적 폭력’에만 국한된다면 말이다. 넓게 보면 피해자가 맞다. 따돌림을 당했고, 금품갈취(눈치가 보이게끔 만들어)를 당했고, 뭔가 불공평한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주먹질에 가까운 위협을 당했으니까. 이유가 뭐였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피해자는 왜 피해를 당했는지 모른다. 이유는 가해자가 알 테지만 피해자는 정녕 괴롭힘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괴롭힘 당할 만 해서 당했겠지.’같은 문장은 절대 성립될 수 없다. 기분이 나빠서, 못생겨서, 말투가 이상해서. 상기의 이유가 사람을 괴롭히고 때릴 구실이 된다면 사회는 존재 가치가 없다. 나는 보통 ‘뚱뚱한 게.’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다만 나의 몸무게 숫자가 높기 때문에? 그게 괴롭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믿는 걸까.

학교폭력 문제의 신호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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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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