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관한 글] 쉽게 쓰는 것은 쉽지가 않다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2/12/26
글을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한다. 
평론가로서는 글의 난이도는 불문하고 내용에만 집중해도 상관없겠지만. 대중이 보는, 더 많이 보았으면 하는 지면과 플랫폼에 글을 쓰는 필진으로서 그런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필진들이 그래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내가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태도일 따름이다.   

근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렵게 쓰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평의 경우 이미 내가 배우고 익힌 비평의 문법과 언어가 있다. 이건 일반 독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거기 익숙한 나는 그 언어들을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구사하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이다. 

"명징하게 직조하는" 같은 표현만 봐도, 처음에 뭐가 문제인가 생각했다. 비평계에서 흔하게 쓰는 용어니까. 평론계 특유의 쪼가 있다. 자주 쓰는 용어도 있고, 잘 쓰는 문장의 구성도 있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 복문과 장문도 많이 쓰이는 편이다. 나 역시 그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생각나는 대로 쓰면 내 글은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다 보니 쉽게 쓰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글을 마치고 나서는 몇 번씩 퇴고한다. 내 뜻을 전달하는 선에서 최대한 쉬운 표현을 쓴 게 맞나? 치환 가능한 다른 용어는 없나. 문장을 더 짧게 자를까? 그러면 멋이 없어지지 않나. 바꾸고 변형하고 깎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교체하는 게 녹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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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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