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나드, 죽은 나의 개의 추억] 근친상간?
한라봉을 먹자니 혼자 먹기가 쉽지 않다. 한라봉을 꺼내 볼록 튀어나온 머리 부분 비슷한 걸 꺾어서 껍질을 까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틀림없이” 나타난다. 그들이. 걸리버와 스콜이다. 개의 후각이 정말 예민한 게, 그들은 한라봉 껍질의 아주 작은 손상에도 그 틈으로 터져 나온 분자들의 분출을 후각세포로 감지해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온다.
오늘 낮에 대학생 언론인이 참석하는 기자 캠프에 가서 특강을 했다. 모두(冒頭)에 ‘키몬과 페로’란 그림 이야기를 꺼냈다. 반라의 늙은 남자가 풍만한 젊은 여인의 가슴에 입을 대고 있는 모습. 요체는 이 그림의 배경 혹은 사전지식을 알아야 그림을 오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두 사람이 부녀 사이라는 게 이해를 위한 핵심 정보이다.
그렇다고 신화를 그린 그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근친상간은 아니다. 로마 시대의 일로 전해지는데, 감옥에 갇혀 음식 제공이 금지된 채 굶어 죽어가는 늙은 아버지 키몬을 위해 딸 페로가 기이한 방법으로 아버지에게 ‘곡기’를 공급하는 이야기다. 아마도 젖먹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페로가 자신의 젖을 아버지에게 물려 아버지를 말 그대로 연명케 하는, 특이한 효행...
ESG연구소장으로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청년협동조합지속가능바람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ㆍ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다. 약 40권의 저역서가 있다.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