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뿌린 날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4/04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풀씨 좀 뿌리자. 오늘 밤부터 며칠 비가 온다니까 다른 일 보다 풀씨 뿌리는게 젤 급해."
풀씨는 며칠 전에 10키로를 주문해 받아놓았다. 산을 깎으면 비탈이 생기고 비탈의 흙이 흘러 내리지 않게 풀씨를 뿌려 풀이 자라면서 흙을 붙잡고 있게 해야한다.
해마다 풀씨를 적잖게 뿌려도 토목공사를 계속하니 풀씨를 뿌려야 할 면적도 계속 생겨난다.
풀씨를 뿌렸다는 말만 들었지 내가 직접 뿌려보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풀씨는 아주 엷고 겔쭉했다.
가파른 경사지에 다다르자 남편은 높은 곳은 자기가 뿌릴테니 아랫쪽은  나더러 뿌리라며 꼼꼼히 뿌릴 필요없이 그냥 휙휙 뿌리며 다니라고 했다.
남편은 끈이 달린 플라스틱 통을 메고 나는 스티로폼 박스에 풀씨를 담아 각자 맡은 영역으로 출발했다.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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